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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1 18:36 수정 : 2014.10.01 18:36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올해로 21년째다. 9월엔 학과별 평가가 발표되었고, 10월 중엔 대학종합평가가 발표될 예정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20주년 때 대학총장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설문조사도 실시했으며, 이런 점검의 결과를 2014년에는 소폭, 2015년에는 대폭 반영하는 개편을 실행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것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여년 쌓인 불만은 중앙일보 스스로 변화할 때를 기다리지 못한 채 터져 나오고 있다. 며칠 전 보도된 고려대 학생회의 중앙일보 대학평가 거부운동이 그 예다. 올해 초 총장추천제라는 삼성의 입사방침에 “마음만 받겠다”고 했던 고려대 학생회가 이번에는 “마음도 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고, 여기에 몇몇 대학 학생회가 동참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회가 거부한 중앙일보의 마음은 “대학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마음”, “대학을 기업화해도 무방하다는 마음”, 한마디로 “대학의 본질을 해치는 마음”인데,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다. 대학을 평가하는 것에도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필자 생각에 대학평가가 사회적 적합성을 갖는 경우는 학문 분야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밀한 기준에 입각해 학과 평가를 수행하는 것 정도다. 이런 평가라면 교육과 연구의 향상에 힘써온 국지적 노력들을 조명함으로써 해당 분야 전체의 분발을 촉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그렇게 해왔듯이, 대학종합평가에 입각한 순위 발표를 중심에 놓는 것은 대학 서열화를 고착시키고 학부모와 기업이 여러 대학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노력에 주목하지 못하게 할 뿐이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대학종합평가를 들여다보면, 이런 면에서의 문제점 이외에 ‘기이한’ 편향으로 여겨질 만한 것도 나타난다. 중앙일보 평가에서 1위에서 20위 사이 변동은 사실 미미한 편이다. 1위와 2위는 20년간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번갈아 한 셈이고, 3~5위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번갈아 했다. 하지만 예외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1996년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성균관대가 1998년 8위, 1999년 공동 7위, 2000년 단독 7위, 2001~2010년 단독 6위, 2011년 공동 5위, 2012년 단독 5위가 된다. 그리고 중앙일보 대학평가 2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이 2013년 단독 3위가 된다.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통상적인 의미에서 종합대학이 아님을 생각하면, 성대는 세칭 ‘스카이’를 제치고 마침내 최고의 대학으로 등극한 셈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마치 성대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 기획된 조사로 오해하기 딱 좋다. 모든 대학은 상하 한두 계단 사이를 오가는데, 오로지 성대만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것이 말해주는 건 성대만 열심히 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모두 달렸지만 성대는 두 배의 속도로 달렸다는 것일까? 중앙일보가 양심적으로 조사했다면 20년간 진행된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내세울 최고의 성과는 성대야말로 혁신의 진원지였으며 세간의 상식과 달리 현재 한국 최고의 대학임을 밝혀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주장에 우리 사회 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앙일보 조사의 오류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 성원 대다수가 허명에 사로잡혀서일까?

고려대 학생회는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규범적인 수준에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비판했다. 필자는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규범적인 면에서뿐 아니라 사실 인식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 21주년을 규범적 방향 설정과 사실 인식 양면에서 자신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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