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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6 18:37 수정 : 2014.10.06 18:37

김계수 농부·<순천광장신문> 발행인

요즘 전국의 시군에서는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인근 여수에서도 지난해 연말 로컬푸드 직매장이 열렸고, 이곳 순천에서도 올해 토요장터가 시작되었고 내후년에는 시가 주도해서 대형 직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전국에 상설 직매장만 52곳에, 22개 지자체에서 지원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 농협은 전국의 100곳에 직매장을 개설하겠다고 한다. 로컬푸드 열풍이라 할 만하다.

이런 현상은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이른바 글로벌푸드의 식품 안전성 문제와 식품의 장거리 운송에 따르는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전북 완주군에서 보여준 성공사례가 모델로 떠오르고 그에 따라 해당 지자체장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도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완주군은 5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소농과 고령농 중심으로 3000농가를 공급자로 확보하고 100개의 마을공동체 기업을 육성해서 3곳의 직매장에서 1차 농산물과 가공품을 팔고 있다. 매장마다 하루 평균 1500명의 소비자가 찾고 매출액은 2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완주군은 이를 배우려고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업무를 보기 어려울 지경이며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등 로컬푸드의 메카가 되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취지의 로컬푸드 운동은 경제적, 공동체적, 생태적인 세가지 차원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소농과 대농의 양극화와 농가의 고령화, 농산물 수입자유화 등으로 침체되고 있는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가 소득을 향상시킨다는 경제적 목적이 첫번째다. 또 가까운 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교류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건강한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농가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도농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식품의 이동 거리와 유통 과정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농산물 생산을 유도함으로써 지역생태계에 유해물질이 투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러 지역에서 행정적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은 이 세가지 차원의 목적에 똑같은 무게를 두고 추진되어야 그 뜻을 온전히 살릴 수 있다. 따라서 그 방식은 직매장 외에도 생산 농가가 직접 판매하는 정기적인 장터, 동네의 몇 농가가 제철에 생산된 다양한 농산물을 한데 담아 정해진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꾸러미사업 등 각 지역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다양한 방법이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 가공센터와 인증센터를 포함해서 대형 직매장을 세곳이나 계획하고 있다. 인구 27만에 이마트 등 대형 매장이 6개나 되고 생협 회원이 3000명이 넘으며, 가까운 농촌에 연고를 둔 사람이 많은 소도시에서 그런 방식이 로컬푸드 운동이 지향하는 여러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생산 기반에 관한 기초조사와 연구, 생산자 조직화, 소비자 교육 등 사전 준비와 연구가 충분치 않은 가운데 단기간에 큰 성과를 보겠다는 의욕이 못내 불안하다.

얼마 전에 시청과 시민단체가 협력해서 이뤄지는 토요장터를 찾았다. 참가자가 서로 도와가며 매대를 설치하고 농산물을 옮기며, 준비해 온 음식물을 나눠 먹고, 지난 장에서 만났던 소비자와 반갑게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소박하지만 인상적이었다. 로컬푸드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의의가 있지 않을까.

김계수 농부·<순천광장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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