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9 18:45
수정 : 2014.11.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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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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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자살률은 더 높아졌고 그중 40%가 경제적 문제로 인한 자살이었다. 올해 초 송파 세 모녀의 자살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1월18일 빈곤계층에 대한 제도 개선을 담은 이른바 송파 세 모녀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이 장애인 등급제와 함께 폐지를 요구해온 부양의무제 문제를 개선했다고, 여당은 부양의무제의 완전폐지를 막아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동안 부양의무제는 부당수급을 막는다는 이유로 빈곤계층의 기초생활수급권을 박탈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왔다. 이미 단절된 가족관계를 파헤쳐 사생활과 인권까지 침해해왔다.
이번에 교육급여에 한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급여체계를 일부 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주거비, 의료비, 생활비에 부양의무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장애인 등급제도 여전하다. 한 달 사이 두 분이나 자살한 노인빈곤 대책 역시 요원하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이 법이 마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계층을 다 구원이라도 할 듯 생색을 내고, 내년 예산에서 복지 분야가 늘어난 것을 두고는 ‘무상복지’ 확대로 인한 재정 부담 운운하며 어깃장을 놓는다. 그러나 그들이 ‘무상복지’라 하는 것은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다. 친환경 학교급식 비용을 포함한 무상급식비 2조9000억원, 영유아 보육, 누리과정, 가정양육수당 예산까지 모두 합한 무상보육비 8조2000억원, 기초연금 예산 10조원, 장애인연금 예산 8500억원, 반값등록금 예산 3조8500억원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국가의 위상에 비해 결코 높다 할 수 없는 복지예산이다. 국민의 세금은 4대강, 경인아라뱃길 같은 토건사업과 겉만 번지르르한 국제행사, 자원외교 따위에 쏟아붓고, 부자감세는 철회하지 않은 채 애먼 복지 탓을 해대고 서민의 주머니만 비우는 정부의 국민행복시대는 기만이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는 소득불평등 2위 국가에서 유일하게 차별이 없는 것은 학교에서 먹는 급식 한 끼뿐이다. 배고파 본 적이 없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관료들은 돈도 내지 않고 밥만 많이 먹는 식충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한 교실에서 누구는 돈을 내고 밥을 먹고 누구는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는 것이 어떤 것인지 헤아릴 깜냥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이들이 먹는 학교급식을 가지고 정치놀음을 하는 것은 너무 비열하지 않은가? 한 나라의 미래가 될 유아와 아동을 위한 보육과 교육은 국가가 거저 베푸는 ‘무상복지’가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다.
한국의 성인과 아동들의 행복지수는 오이시디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반면 자살률은 오이시디 국가 평균의 3배로 최고로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행복시대는 평범한 국민의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권력을 쥔 소수의 것이었다. 삼권분립을 외치며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던 정부여당 아래의 법원은 삼권병렬의 현실을 대변하듯 1·2심 재판을 번번이 뒤집고 해고노동자들을 다시 거리로 쫓아냈다. 노동자의 행복은 정부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 가정만 해도 국민행복시대와 거리가 멀다. 지난여름 쌀 전면개방에 이어 한-중, 한-뉴질랜드 에프티에이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뒤 한숨이 는 12년차 농부 남편의 무농약 쌀값은 5년째 그대로고,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해 성적장학생으로 졸업반이 된 큰딸은 흔한 해외어학연수조차 못 다녀온 탓인지 번번이 취업에 고배를 마신다. 물수능으로 낭패를 본 작은딸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찾은 세월호 농성장에서 울먹였다. “엄마, 이 나라에서 살기 싫어.”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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