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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26 18:37 수정 : 2014.11.26 18:37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수능 출제 오류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작년에 잘못 출제된 문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집을 피우며 소송을 벌이느라 피해자 구제가 큰 문제가 되었다. 올해도 대처가 늦어 수시모집 2차 지원자에게 상당한 피해를 안긴 듯하다. 해를 이어 출제 오류가 발생하자 출제 시스템에 의혹이 쏠렸다. 그렇다면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몇몇 언론은 핵심 문제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학연에 있다고 보도했다. 화가 난 대중을 더 분노하게 만드는 보도라서 눈길을 끌기는 하겠지만, 그게 핵심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현행 시스템에서 출제위원인 교수나 교사는 긴 감금생활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히 ‘짭짤한’ 수당을 챙길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평가원과 출제 및 검토위원들이 학연을 매개로 적당한 수준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그렇게 끼리끼리 해먹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출제 오류가 빚어진다고 하면 그건 시쳇말로 ‘오버’다. 교육부나 평가원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수능이 5지선다 객관식 문제로 구성되는 한, 그리고 문제은행 형태로 운영하는 것보다 저렴해서 채택된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한, 학연을 통제한다고 해서 출제 오류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수능을 두고 생각해야 할 것이 출제 오류를 막기 위한 시스템 정비에 한정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제 수시전형 비중이 70%를 넘는 대학이 허다하고,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명문’대학들이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은 수능보다 중요해진 수시전형 그리고 그것과 수능의 관계다. 많은 수시전형에서 수능은 도외시되거나 자격 요건으로 역할이 한정되고 있다. 오랫동안 대학‘입학’시험이면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가졌던 수능이 각 대학이 설정한 수학능력기준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능이 수험생들에게 ‘입학’시험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 기준이 여전히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다. 만일 입시 부담을 줄이고 수능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이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사실 대학들이 설정한 기준에 어떤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예컨대 연세대 학생부종합전형의 수능자격기준은 “국어B, 수학A, 영어, 탐구(사회/과학) 영역 중 3개 영역 등급의 합이 6 이내”이다. 수능 교과 중에 잘 본 세 영역에서 평균 2등급이어야 연대에서 공부할 수준이 된다는 말인데, 왜 두 영역에서 평균 2등급이면 안 되는지, 3개 영역 등급 합이 7이나 8이면 왜 수학능력이 없는지 검증된 바가 없다. 학생부에 대한 판단을 강화할 길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수능 기준을 완화하여 그것을 진짜 자격시험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수시전형의 공정성과 엄정성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수시전형은 대학의 특성과 자율성을 살린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복잡해졌다. 특목고처럼 이 분야의 노하우가 정교하게 축적된 학교의 학부모와 수험생이 아니면, 이 복잡성을 뚫고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기 위해 입시 컨설턴트를 찾아가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복잡성의 숲에서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이 자라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의제화된 것이기도 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대입전형 간소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아랫것들”이 잘못하면 “진노”하는 것이 대통령의 장기인 건 이미 익숙히 알고 있는 바다. 그러니 이미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수능 출제 방식을 두고 호통치기보다 대입전형 간소화 약속이나 제대로 이행했으면 좋겠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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