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07 18:46
수정 : 2014.12.0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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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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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씨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김정욱씨는 평양에 남았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고, 선교를 하기 위해 북한으로 갔으며, 억류된 과정도 비슷하다. 그들의 운명을 가른 단 하나의 차이는 국적이다. 배준호, 그의 현재 이름은 케네스 배이고, 미국 시민권자다.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오바마 대통령이 친서를 썼고, 국가정보국장이 직접 평양에 가서 그를 데려갔다. 김정욱 선교사, 2013년 10월에 체포되었으니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그의 석방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이 추운 겨울 평양에서,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애타게 묻고 있다. 조국은 어디에 있느냐고?
억류 협상을 해야 한다. 석방하라, 그렇게 성명서 한 장 발표하면 다인가? 1968년 미국의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되었을 때, 존슨 행정부는 분노했고 군사적 공격을 검토했다. 그리고 소용이 없자,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다. 북한은 영해 침범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마치 현재의 한국 정부처럼 말이다. 그러나 자존심이나 체면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다. 미국은 서명하기 전에 사과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기자회견을 해서, 사과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남겼다. 물론 북한은 선전을 위한 물증 확보에 만족했다. 협상의 지혜를 발휘해서 1명의 사망자와 82명의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은 11개월 만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세월이 흘러도 미국인들은 다양한 이유로 북한에 가서 억류되고, 그럴 때마다 미국 정부는 협상을 했다. 우리는 보고 배워야 한다. 국가는 자국의 국민을 석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1996년 북한 선교를 위해 압록강을 넘었던 에번 헌지커는 북한과 관계가 깊은 빌 리처드슨 의원이 평양에 가서 데려왔다. 2009년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나섰고, 2010년 곰즈의 석방을 위해서는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갔다. 억류 이유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정부의 존재이유다.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싶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정부도 아니다. 물밑 접촉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싶다. 다만 물밑 접촉을 할 때,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물밑 접촉이 성공하려면, 물 위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 물 위와 물밑의 행동이 정반대면, 협상은 성공하기 어렵다. 물 위에서 삐라를 계속 뿌리고, 심리전을 포기하지 않고, 공격적인 북한선교를 정부가 막지 않는다면, 물밑에서 어떤 방법을 써도 성공하기 어렵다.
안보란 무엇인가?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평양의 김정욱 선교사를 저렇게 두고, 과연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북한 인권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자기 국민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정부가 과연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시킬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접촉을 해야 변화하듯이, 대화를 해야 풀려난다. 정부가 보수단체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한다.
케네스 배가 억류된 이후 미국은 평양에 주재하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영사접촉을 해서, 그의 건강을 확인했다. 김정욱 선교사가 잘 있는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마치 부모 없는 아이처럼 나라 잃은 백성처럼 저대로 둬야 하는가? 정부도 정치인도 언론도 이러면 안 된다. 현재까지 대한민국 국민 김정욱에게, 조국은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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