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12.15 18:44 수정 : 2014.12.15 18:44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지난 일요일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서 오키나와가 승리했다. 전국적으로야 아베가 압승했지만, 오키나와 4개의 선거구에서 자민당이 소멸한 것은 유례없는 충격이다. 오키나와에서 아베 정권은 잇따라 치명타를 맞고 있다.

아베 정권의 폭주는 계속될 것인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베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변경, ‘아베노믹스’로 상징되는 소비세 증세, 한국 및 중국에 대한 끝없는 역사전쟁을 초래함으로써 동아시아 정세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물론 아베는 동맹국 미국을 믿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신형 대국관계’를 지속해야 할 중국과 불필요한 역사전쟁을 벌이는 아베는 미국에도 양날의 칼이다.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대국이지만 미국의 패권체제에 아직까지는 도전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이든 ‘적대적 공생관계’이든 어느 시기까지는 밀월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2014년 국내총생산을 구매력 지수로 환산하면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 중국으로서도 아베의 도발은 용인할 수 없다. 승전 70돌을 맞는 2015년에는 역사전쟁의 형태로 일본에 대한 중국의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다. 중국이 올해 ‘난징대학살’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한 것은 그것의 서막이다.

역설적이게도 경이적인 ‘대국굴기’에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중국 자신이다. 중국이 초강대국인 미국에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된다면, 이행기 중국의 국가전략은 뜻하지 않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중국에 위협은 미국만이 아니다. 대중들의 ‘민주주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그럴 리는 없지만, 오늘의 중국이 민주주의 요구에 잘못된 처방을 제시하게 된다면, 신해혁명 후 군벌이 난립해 외세를 불러들인 비극이 상기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인민들의 민주주의 요구를 언제까지 봉쇄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시진핑의 ‘부패와의 전쟁’은 일종의 공포정치다. 정적을 제거하면서 중국 인민들의 불만을 마술적으로 봉합하는 장치다. 한편 대만 총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은 대패했다. 이것은 ‘일국양제’라는 기치 아래 양안 통일을 모색했던 공산당과 국민당의 신자유주의적 국공합작이 위기에 처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홍콩인들 역시 봉기했다. 홍콩 반환 시 중국은 60년간 ‘홍콩기본법’에 입각해 홍콩의 정치체제를 존중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미니 ‘일국양제’ 약속이 백지화될 위험에 빠지자, 홍콩의 시민들은 ‘우산혁명’으로 봉기한 것이다.

현재는 미국이나 중국 모두 미래전략의 불확실성 때문에 타협하면서 갈등하는 시점이다. 이 틈을 일본의 아베가 파고들고 있다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2015년은 한국의 경우 광복 70돌, 중국은 승전 70돌, 일본은 패전 70돌을 맞는 해다. 한일 양국의 경우 국교정상화 50돌을 맞는 을미년으로 갑오년 못지않은 역사적 대회전의 시기가 될 것이다.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은 아베의 꿈이자 정치적 신념이다. 그러나 이 꿈은 동아시아에서 오직 아베만이 꿈꾸는 몽상이다. 태평양의 요석(要石)인 오키나와에서 자민당이 전멸했다는 사실을 아베는 상기해야 한다. 아베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미국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키나와에서 자민당의 퇴출은 ‘전쟁’이 아닌 ‘공존’의 요구야말로 새로운 세기의 시대정신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환기시킨다. 오키나와의 승리는 ‘동아시아의 평화공존’을 갈망하는 오키나와인들의 비타협적 결의를 보여준다. 사실 이런 시대정신을 가장 앞장서서 보여주어야 할 곳은 한국이었다.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