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14 18:43
수정 : 2015.01.1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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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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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 경제”
새해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은 그저 돈타령이었다. 물론 ‘경제’가 나아져 그 혜택이 모든 이에게 골고루 돌아간다면 나쁠 리 없다. 그러나 그 ‘돈’이 사람보다 우선일 때, 진실보다 우선일 때, 정의보다 앞선 가치일 때 그들이 부르짖는 민생은 거리에서 짓밟히고 허공에 매달리고 수장을 당하고 만다.
남 탓과 원망, 꾸중과 오만으로 일관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이 열린 날, 인천의 동구 만석동에서는 동구청장과 주민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그런데 동구청장의 동별 주민간담회 모습 역시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다르지 않았다. 순서까지 정해진 기획된 질의응답에다 미리 신청하지 않은 주민은 들어갈 수 없는 불통 간담회였다. 지역 언론에 소개된 자유로운 구민과의 대화 따위는 없었다.
취임 뒤, 청소년수련시설과 사회복지시설 폐쇄·직영화로 주민들의 비난을 샀던 동구청장은 ‘위장전입’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인천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동구청장의 막내딸이 “다니던 초등학교 선배들 중 일진이 입학할 중학교에 있어 가기 싫다”고 해 연수구의 중학교를 가게 됐다. 동구청장은 언론의 오보라고 해명했지만 학부모들은 구청장에게 직접 해명을 듣고 싶어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끝내 간담회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감동을 주는 동구를 만들겠다던 동구청장은 간담회 내내 질문 예정자가 아닌 주민의 질문이나 항의에는 “시비를 거느냐?”고 되물으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우습게 아는 국민을 구청장이 존중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그 오만불손이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현 동구청장은 취임 뒤, 전 동구청장이 추진하던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에 일방적인 중단 통보를 내렸다. 이에 그동안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함께 진행해온 주민단체들이 항의하자 “조택상 지지자와 제 지지자는 다르다. 조택상 전 청장이 추진하고 주도했던 모든 사업을 100% 재검토해 전면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2월, 전 동구청장과 시장이 시행한 “괭이부리마을 주거지 재생사업”이 청와대의 지자체 성공사례로 뽑히자 구청은 그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뒤 전 구청장의 사업과 다름없는 ‘제2의 괭이부리마을’ 사업 계획이 발표됐다. 주민 중심의 재개발을 한다면서 지역주민협의체는 꼭두각시로 만들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시민단체는 들러리로 앉히던 전 구청장의 문제점은 그대로 둔 채로.
동구청장이 올해 초 언론과 한 인터뷰마다 언급한 ‘배다리역사문화관’은 원래 배다리의 마을 활동가들이 개항 시기부터 한국전쟁 이후 근현대로 이어진 배다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자는 뜻에서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데 구는 이제까지 배다리의 문화를 살리고 마을 공동체를 복원해온 시민단체에는 자료나 요구하고 말면서 언론에다가는 온갖 장밋빛 구상을 쏟아냈다. 그러나 원도심 지역의 공폐가를 쪽방체험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카페, 갤러리로 만든다고 문화가 살아나고 연탄 나르기, 물동이 지기, 막걸리 만들기를 한다고 역사가 복원되지 않는다. 더욱이 ‘배다리역사문화관’에 전시하겠다는 배우 황정순, 최불암, 소설가 박경리, 김중미, 정치인 황우여, 안상수, 유정복 등은 배다리나 동구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수 없다. 배다리의 주인은 그곳에서 지난한 삶을 이어왔고, 살아갈 노동자 서민이다.
대통령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유권자들이 대리인으로 뽑은 머슴들이지 우리의 주인이 아니다. ‘돈’ 냄새 나는 문화를 앞세워 주민의 삶과 역사를 상품으로 만들고, 우리 삶의 자리를 관광벨트화라는 이름으로 박제화해서는 안 된다.
김중미 작가·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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