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성공단이 비틀거린다. 모든 남북경제협력이 중단된 지 5년, 유일하게 숨을 쉬던 개성공단마저 기로에 섰다. 2013년 5개월 동안 문이 닫힐 때보다 더 심각하다. 북한은 2014년 1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성공단의 노동규정을 개정했다. 그동안 남측 주도의 관리위원회가 맡았던 근로자공급·관리, 최저임금 결정, 벌점 부과 등을 북측 기관인 총국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월 최저임금을 74달러로 5.18% 올렸다. 기존 규정에서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은 5%다. 우리 정부는 규정위반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한 주권 사항으로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북한의 신뢰가 존재하지 않기에 타협 가능성은 없다. 3월분 임금이 지급되는 4월 10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 기업들이 정부의 권고대로 5% 인상분만 임금을 지급하면, 북한은 임금 미지급분만큼 북한 노동자를 줄일 것이다. 어디 문제가 임금뿐인가? 북한은 개성공단의 성격을 남북협력사업에서 북한 주도로 전환하려 한다.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개성공단의 모델인 싱가포르가 주도해서 만든 쑤저우 공업원구도 초기에는 싱가포르와 중국의 공동운영으로 시작했지만, 점차적으로 중국 쪽 지분을 확대해서 중국 주도로 전환했다. 물론 개성공단의 성격 전환은 자연스러운 발전의 과정이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남북협력은 중단된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얼어붙었고, 5·24 조치로 신규 투자가 금지되면서 역행을 거듭했다. 통일부의 낙하산으로 전락한 관리위원회가 기업과 북한 당국 사이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의 상대적 가치도 줄어들었다. 북한이 노동력을 공급하는 곳은 개성공단 말고도 많아졌다. 북한의 저임금과 비민주적인 그래서 안정적인 노무관리, 그리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력수준과 노동생산성은 확고한 경쟁력 우위 분야다. 중국의 북한 노동자는 계속 늘어나고 고용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저장성이 투자한 훈춘시의 국경무역단지처럼 공단의 형태도 있고, 국경을 따라 위탁가공단지들이 들어섰다. 투먼에는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봉제공장도 등장했고, 단둥에는 싱가포르의 신사복 위탁가공 공장이 돌아간다. 북-중 접경지역은 북한 노동력을 중심으로 노동집약형 산업의 국제도시로 변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이미 러시아 극동지역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들이 2만명을 넘어섰다. 푸틴 정부는 극동에서 수출지향형 선도개발구를 모색하고 있다. 북한 노동력을 염두에 둔 경제발전 전략이다. 북한 정부와 해외송출 노동자의 분배 방식이 달라지면서,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경쟁도 높아졌다고 한다. 한때 개성공단은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특구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8년 동안 개성공단이 정체 혹은 후퇴할 때, 북한 노동력의 해외수출은 늘어났고 임금 수준도 올라갔다. 개성공단이 냉전의 섬으로 후퇴하는 동안, 북한 노동력을 축으로 새로운 북방경제권이 등장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 노동력의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임금 수준이 올라간다. 노동집약산업의 경우, 노동력은 임금을 따라 이동한다. 개성공단과 북방경제권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 북한의 숙련 노동자들은 개성을 떠나 북방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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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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