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길이 남을 협상’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말했다. 이란 핵 문제 말이다. 합의 이후 한 달이 흘렀다. 미국과 이란에서 국내정치의 진통은 여전하다. 미국에서 이란의 인권 문제, 중동질서에 미치는 영향, 검증의 모호함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말처럼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얻었다. 협상은 단지 해결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비확산체제의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핵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해서 노벨평화상을 선불로 받은 오바마 대통령도 이제야 자격을 얻었다. 세계는 묻는다. 북한 핵 문제는요? 시사점을 찾기 위해, 이란 핵과 북한 핵을 비교해보자. 차이가 적지 않다. 우선적으로 오바마 정부의 관심 수준이 다르다. 오바마 정부는 임기 후반에 접어들었고, 이란 핵협상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을 무마하고 이스라엘을 달래고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 이란 핵 협상도 벅찬 상황에서, 성과가 불투명한 북핵 문제에 매달릴 유인이 없다. 중재자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도 다르다. 이란 핵 협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나섰다. 독일은 이란에 농축 우라늄 시설을 수출했다. 이란이 합법적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얻으면 독일은 상당한 이익을 보는 이해 당사자다. 중국과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영국과 프랑스 역시 협상이 타결되면 얻는 이익이 적지 않다. 적극적 중재자는 협상이 쓰러지지 않게 부축하고, 불신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길을 찾는다. 북핵 문제에 그런 중재자는 없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이해 당사자인 한국은 외교적 노력을 포기한 지 오래다. 6자회담이 엎어진 지 이미 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6자회담은 이미 숨이 넘어갔다. 이란과 북한의 협상 의지도 다르다. 협상은 일방의 결정이 아니라 상호관계로 이루어진다. 이란은 고립의 문을 열고 국제사회로 걸어 나왔다. 독일을 앞세워 미국을 설득할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란만큼 양보할 의지가 없다.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수준의 차이도 크다.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무기의 수도 늘고, 소형화 경량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최신형 원심분리기를 자체적으로 대량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억지논리가 판을 치더니, 언제부터인가 미사일 방어망만 떠든다. 부질없는 짓이다. 1987년 워싱턴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는 전략방위구상(SDI)을 고집하는 레이건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각하, 하고 싶으면 하세요. 다만 별로 소용이 없을 겁니다. 돈도 많이 들걸요.” 당시 소련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완벽한 방패라는 믿음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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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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