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 꽃가루가 온종일 쏟아지는 4월의 베이징에는 먼지가 쌓인다. 하늘 한 귀퉁이가 부서졌는지, 무섭게 쌓이는 대륙의 부스러기들. 그 속에서도 악을 써대는 장사꾼과 신경질적인 자동차의 경적 소리, 그것마저 잦아드는 밤에 베이징의 뒷골목에는 대륙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공사판의 차단벽에도 ‘중화굴기’, ‘민족부흥’, ‘비룡재천’을 써 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이 거대한 공룡은 강대국을 향한 집단 의지를 불태운다. 때마침 사드 요격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네팔 지진,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필리핀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이은 양국의 확대안보협력협정 체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이 이어지는 동아시아의 긴박한 정세는 중국에 새로운 도전이다. 그래서일까? 필자가 만난 중국 정부의 핵심 지식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은 “앞으로 3년간 중국의 국방비에서 매년 증액되는 규모가 한국의 국방비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기존 국방비에다가 매년 400억달러, 3년간 1200억달러를 더 늘린다는 놀랄 만한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3년 후 중국의 국방비는 250% 성장한다. 때마침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자극적으로 편집하여 방영한다. 미국에서 아직 개발에 착수하지도 않은 F-35C를 미 7함대의 핵심전력이라고 하고, 성능도 불확실한 무인전투기 X-47을 함재기의 주력이라고 하질 않나, 갖은 허풍으로 임박한 전쟁을 선동한다. 비논리적으로 증폭된 미국 공포는 마치 한국의 보수언론이 북한 위협을 부풀리는 수법과 유사하다. 중국 위협을 부풀리는 데 미국 군사전문가들도 한 허풍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딜 가나 이른바 군사전문가라는 양반들은 도대체 정상인 같지가 않다. 그러나 국가주의가 말하는 국제정치에서 이런 비정상들이 정상이 된 걸 어찌하겠는가. 필자는 다른 중국 관리를 통해 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국가안전위원회가 올해 2월부터 미국의 사드 요격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정치·군사적 대응 매뉴얼을 구상하는 데 착수하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확인했다. 이쯤 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동북아의 열점이 된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으로 충돌하는 대결승전의 무대였던 셈이다. 필자가 완전히 기절해버리는 데는 중국에서의 나흘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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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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