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오바마 캠프엔 200명이 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1000여명의 정규직 가운데 말입니다. 중요한 자리는 젊은 사람들 몫이었습니다. 최고기술책임자인 하퍼 리드는 33살이었고, 최고분석책임자인 댄 와그너는 29살이었습니다.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인 조 로스파스는 31살이었고,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캠프의 젊은 인턴이었던 테디 고프는 디지털디렉터가 되어 디지털팀의 실제 운영을 맡았다 합니다. 캠프에서는 또 이메일의 내용과 페이스북·트위터의 텍스트를 분석하기 위해 입자물리학자인 미켈란젤로 디아고스티노 박사와 파키스탄 유학생 출신인 라이드 가니를 영입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은 클라우드와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빅데이터와 마이크로리스닝(Micro-Listening) 기법을 활용해 무려 2억명의 유권자 정보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한 사람당 많게는 1000개의 정보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던 셈이지요. 오바마 캠프에선 그렇게 정보기술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 선거전략을 폈던 것입니다. 그 무렵 한국의 여당 주변에선 원시적으로 댓글이나 달고들 있었고 야당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2015년 4월을 보내고 5월을 맞이한 지금, 한국 정치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제정된 세월호특별법은 최근에야 시행령이 마련돼 일부 수정을 거쳐 5월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이 농성까지 하며 전면 철회를 주장한 원안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진상조사를 원하는 유족들은 물론이고, 야당과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재보선 직전에 나온 성완종 리스트는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또 졌습니다. 심지어 (수사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뇌물이 얽힌 불법적인 사건과 (설령 바람직하지 않다 하더라도) 합법적인 사면을 섞어버리는 여당의 비논리적인 공세에도 속절없이 말려들고 말았습니다. “야당이 멍청했기 때문이다. 국민 탓하지 말자!” “이런 국민을 누가 두려워하겠는가? 국민이 변해야 한다.” 재보선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둘 다 맞습니다. 이른바 ‘국민의 실상’을 제대로 헤아리지도 못한 채 선거에 임하고 정권을 되찾으려 한다면, 그런 야당은 멍청하다 할밖에요. 정부·여당이나 야당, 그리고 국민의 수준은 비슷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야당이 바르고 똑똑해져야 합니다. 그럼 여당도 현명해질 것입니다. 그리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겠지요. 어느 쪽이든 한국 정치의 발전과 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일이 되리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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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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