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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2 18:44 수정 : 2015.05.12 18:44

참으로 녹록지 않다. 핵가족이 되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졌으며, 인간다운 일터가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이. 중산층 가정에서도 그럴진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는 오죽하랴! 교육자를 자임했던 필자 또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우리는 아이가 네살 적에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처음 시작했다. 아이 소개서에 ‘어렸을 때 하도 잘 웃어서 뻥새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잘 웃고 명랑한 아이’라고 작성했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친구가 살짝 건드려서, 동생한테 장난감을 뺏겨서, 심지어는 동생이 밀어서 운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게 되었다. 그렇게 잘 웃던 아이가 울보가 되다니, 놀란 우리는 뒷북치듯 이런저런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생후 14개월 전에 5개월을 외가에 보냈고, 33개월까지는 장시간을 놀이방에서 지내게 하다 보니, 부모와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하여 아내는 저녁이나 주말을 아이와 함께 지내고 집에서는 가급적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자 애썼다. 그렇게 1년 정도 정성을 기울였지만 아이는 겨우 ‘울보’라는 딱지를 뗐을 뿐 여전히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당당해지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아빠들이랑 남자아이들의 공격성에 대해 얘기하면서 시사를 받았다. 아이의 방어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아빠가 잘 놀아주지 않아서 여성화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와 권투와 씨름, 축구 등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는 제법 의젓해졌고, 졸업할 때는 친구들과 너무 잘 놀아서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다. 고등학교 철학 교사인 아내가 전하는 말은 참으로 난감했다. 아이가 선생님의 지적과 조언을 수용하지 않고 궤변을 잘 늘어놓으며 까칠하다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얘기하더라고. 교장의 아들을 맡은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고민을 하다가 얘기를 꺼냈을까를 생각하니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새삼 우리의 양육태도를 돌아보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아이와 민주적으로 얘기를 나누는 사이라 자부했다. 그런데 ‘감정코칭’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아이를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만 하는 태도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하는 말 이면에 있는 감정을 헤아리거나 공감해주지 않으면서 이성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아이는 타인의 감정은 물론 자신의 감정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상대 논리의 허점만 파고드는 까칠한 아이로 자랐던 것이다. 뒤늦게 우리는 아이가 무슨 얘길 하면 그 이면에 숨은 감정을 헤아리고 그에 공감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얘길 나누고, 시도 읽어주고, 중학교 때부터 안 하던 안아주기까지. 그렇게 몇 년 공을 들였더니, 아들의 까칠하던 모습도 많이 줄어들었다.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
이렇듯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돌아보니 우리는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대안학교라는 매우 양호한 환경에서 아이를 기른 축에 속했다. 교사와의 원활한 소통,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관점에서 서로 돌보는 부모들의 문화… 등등. 그런데 공부 상처로 인해 무기력한 아이들, 각종 심리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을 배움과 인성 양면에서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면 부모의 교육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시골만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이웃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복원해야 하지 않을까?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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