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7.28 18:25
수정 : 2015.07.29 00:09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판결은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번 판결이 형사사건에서 ‘정의에 평등한 접근’이 가능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성공보수를 포함한 수준으로의 변호사 수임료 인상과 그에 따라 국선변호인 제도를 이용하는 피고인이 많아질 것이 예상되고, 그 결과 사법서비스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대법원 판결이 지니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국선전담변호사 제도의 개선이다. 2004년 시행된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는 공적 변론의 중요한 제도로 안착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2014년 국선전담변호사 신규 위촉을 하면서 로클러크(재판연구원) 출신을 대거 임용하는 등 법조 일원화 취지에 반하여 법원 순혈주의를 강화하는 통로로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불투명한 위촉 과정은 국선전담변호사의 변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그 피해는 형사절차에 놓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선발 과정에서 법원의 위촉과 평가에 의존하고, 전담 재판부에 배속되어 활동하는 현재 제도는 국선전담변호사 변론의 독립성에서 취약성을 갖고 있다. 그 선발과 관리에서 외부 기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거나, 관리 주체를 변호사협회와 같은 제3의 기관으로 이전하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국선변호인 제도의 실질화다. 단기간에 국선전담변호사의 확대 충원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일반 변호사들을 공적 변호의 역량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대법원이 “‘정의 실현’이라는 공익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를 확고히 한 이상, 국선전담변호사가 아닌 일반 변호사들도 국선변호인 제도를 통해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일본처럼 형사사건의 국선화를 원칙으로 지향해 나가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국선변호인 제도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적극적인 사건 배당과 보수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셋째, 전관예우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보충의견을 통해 “판결과 수사의 주체였던 검판사가 퇴직 후 형사사건을 수임하여 과거 동료 및 후배였던 자에게 판결 및 수사를 받는다는 자체가 우리 사회가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공공성이나 고도의 윤리성과 배치되고 형사사법에 관한 불신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사회적 타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의식이다. 많은 국민이 어떤 사법제도나 실무관행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면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의 보충의견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국민의 사법 불신은 형사보수 약정의 무효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전관예우를 근절하려면 현재의 수임제한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법관 연고 사건의 재배당을 위한 절차를 대법원을 포함한 전국 법원에서 실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하여 전관에 의한 부당한 영향력이 실현될 수 없다는 강력한 신뢰를 국민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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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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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퇴직 대법관의 경우, 상당 기간 동안 변호사 2인 이상의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 등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해 로펌 등의 이름으로 사건을 수임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이런 정도의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만 국민은 사법에 대한 오랜 불신을 거두기 시작할 것이다.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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