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25 18:40
수정 : 2015.08.25 18:40
‘사과’, ‘보상’, ‘대책’. 이 세 가지 의제는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세월호 사건,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 그리고 반도체 작업장에서의 직업병 문제 등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모두 그러하다.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사회적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개인과 개인의 ‘보상’ 문제를 다루는 법적 쟁송은 그 해결 과정으로는 미흡하다. 더욱이 사회적 안전과 관련된 사고를 ‘사과’, ‘보상’, ‘대책’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해결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제에 모두 걸쳐 있다는 점에서 법적 쟁송으로 한정될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외부 ‘조정위원회’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은 소송으로는 담보할 수 없는 사회적 지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그리고 조정위원회는 기대 이상으로 그 역할을 수행했다. ‘사과’, ‘보상’, ‘대책’의 세 가지 측면 모두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사회적 해결”이 가능한 수준의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삼성전자의 사회적 기부와 보상, ‘노동건강인권 선언’을 포함하는 사회적 사과, 공익법인이 임명한 옴부즈맨에 의하여 상호 점검이 가능한 안전체계 마련 등이 그것이다.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은 피해가족에 대한 보상을 ‘사회적 부조를 위한 기부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삼정전자의 책임 문제를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보상 대상을 가르는 엄격한 인과성 기준을 탈피함으로써 보상 대상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보상 범위를 확대하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의학적, 경험적 수준에서 최선의 합리성을 지닌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위원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할 우려에 처해 있다. 삼성은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보상과 문제해결에 반대하고, 조정 절차 중단을 요구하였다. 삼성은 옴부즈맨 제도를 활용한 재발방지 대책이 영업활동을 침해할 수밖에 없고, “가족대책위가 보상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요구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조정위원회의 권고안 중 ‘옴부즈맨 시스템’은 삼성전자의 2013년, 201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강조된 ‘제3자 외부기관 진단 실시’의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은 “신속한 보상”을 하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구체적인 보상금 산정기준은 사내 보상위원회가 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보상금 산정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보상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 이에 반하여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은 보상 범위와 수준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고, “2015년 12월31일까지 질환이 발병한 대상자의 신청을 받아 우선 처리”하되,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소정의 치료비 추정액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권고안에 의한 방식이 결코 “신속한 보상”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신속한 보상은 권고안이 제안한 방식을 수용하여 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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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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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이 가능한 방안을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먼저 앞장서서 ‘나’를 넘어 ‘남’ 그리고 ‘사회’에 다가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통이 큰 양보의 근거를 예비하여야 합니다.” 조정위원회가 권고안에서 밝힌 입장이다. ‘관리의 삼성’이 경청하기를 당부한다.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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