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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15 19:03 수정 : 2015.12.15 19:03

최근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한국 사회는 세 개의 권력으로 움직인다. 정치권력, 재벌권력 그리고 언론권력이다. 그중에서도 보수 언론 <조국일보>의 이강희(백윤석)는 실질적으로 권력이 부딪히는 판을 설계하고, 그 배후를 기획, 조정한다. 언론권력이 우리의 현실에서 재벌, 정치권력과 어떠한 모습으로 유착되어 있는지,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하게 한다. 그 언론권력의 한가운데 종합편성채널이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의 하나가 사학법 개정의 미흡한 처리였다면, 이명박 정권의 최고 수훈은 종편의 허가와 출범이었다. 전자는 진보의, 후자는 보수의 시각이라 할 수 있겠다. 해방 이후 친일 청산에 나섰다 성과 없이 해체당한 반민특위의 아쉬움처럼, 사학법 개정과 종편 출현의 과정은 여러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의 수립과 노무현 정부로의 계승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보수층은 자신들의 존재 기반 및 기득권 연장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에 당면해 있었다. 특히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통해 권력을 불려오던 보수 신문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인터넷 등의 출현으로 보수 신문들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돌던 시절이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이명박 정권의 보수 언론 살리기 프로그램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치열함은 보수 성향 일색의 종편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힘이 되었다. 사학법 개정이 실패한 것과 비교한다면, 보수 세력의 위기감이 진보 세력의 안일함을 앞섰던 것이다.

그리고 4년이 지나갔다. 예상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지난 4년간 종편은 보수의 눈과 귀가 되려는 부단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일부 종편은 총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에서 야당 공격의 선봉장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보여준 여당을 위한 수비, 야당에 대한 공격은 그 어느 감독보다도 치밀했고, 그 어느 선거 전략가보다도 효율적이었다. 이에 힘입은 종편의 최근 행보는 더욱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의 수구적 입장을 벗어나 이념적·계층적인 구분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다양한 욕구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때 지상파 방송의 보수적 태도에 대해 대항마 역할을 해왔던 각종 인터넷 참여 방송 또한 종편의 위세에 기가 눌린 형국이다.

올해 초에 있었던 야당과 언론운동 진영의 종편 재허가 반대투쟁은 일부 종편의 선전에 힘입어 ‘불량종편 퇴출’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현재적 시점에서 보면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일부 종편이 재허가에서 탈락할 일은 없어 보인다. 종편의 편향적 행태는 반복되는 심의제재와 시민들의 비판에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언론 환경에서 다가올 선거를 앞두고 종편들은 벌써부터 야당과 야당 후보들의 흠집내기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구도에서 불리한 형국인 진보의 입장에서 신문지면과 방송언론의 힘이 보수 일변도로 쏠리는 것은 위험한 일임에 틀림없다. 몇번의 선거에서 종편의 매운맛을 본 야당이 종편의 재허가에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물러난 것은 현재 종편 권력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정훈 변호사
어느 정치평론가는 ‘권력은 티브이 화면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미디어 권력의 이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권력은 종편에서 나온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대중은 개, 돼지”라던 영화 <내부자들>의 이강희는 보수 언론의 논설주간이었다.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영화 속 이강희는 조국일보가 진출한 종편을 진두지휘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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