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23 18:40
수정 : 2015.12.23 18:40
올 크리스마스에도 한반도에는 산타가 오지 않을 것이다.
올해 한반도는 통일이라는 선물도, 평화라는 선물도 받을 리 없다. 열과 성을 다해 구하지 않았는데 산타가 갖다 주겠는가. 도둑처럼 오겠는가. 대박처럼 터지겠는가.
남북정상회담을 운운하며 시작했던 2015년은 제대로 된 남북회담 한번 제대로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됐다. 8월 초 지뢰 폭발로 촉발된 위기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2+2 회담’이 열리기는 했다. 그 덕분에 이산가족 상봉이 한차례 성사되기도 했다. 딱 그것뿐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내년 회담이 계속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계속되리라는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올 후반기 반짝 있었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와 같은 민간교류가 속개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올 초부터 꼬인 북-미 관계는 더욱 풀기 어려운 상황으로 엮이고 있다. 남북이 ‘최고위급 회담’과 ‘당국간 대화’ 가능성을 주고받은 다음날인 1월2일 오바마 정부는 소니 해킹을 이유로 북의 단체와 인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은 1월10일 <조선중앙통신>보도를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임시중지하면 북도 핵실험을 임시중지할 수 있다며 미국에 대화를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통상적인 군사연습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부적절하게 연계”한 것은 ‘암묵적 협박’이라는 것이다.
10월에는 북의 리수용 외무상이 공개적으로 나섰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 동의해 나선다면” “건설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건부 대화’ 제의이다.
미국은 11월19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를, 12월17일에는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를 공식 채택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12월8일에는 미 국무부가 1년 전의 미사일 시험을 이유로 북의 전략군 사령부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같은 날 미 재무부는 북의 개인 6명과 기관 3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서맨사 파워 미 유엔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가 왜 이날 국무부와 재무부 및 유엔대사까지 총동원해서 북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당시 북이 핵실험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급히 경고를 보내야 할 특이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미국의 조처는 더욱 생뚱맞아 보였다. 하지만 사흘 후에 열릴 예정이었던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실 닷새 전인 12월3일에는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회동이 있었다. 세 나라가 정책을 조율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 조율의 내용은 회동 직후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황준국 평화교섭본부장이 밝혔다. “국제사회가 계속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하며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을 계속해서 제고”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한·미·일의 정책이 된 것이다. 물론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에 응하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는 있다.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나면 대화를 할지 말지 얘기해보겠다는 것이다.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으니 금강산 관광도 더 어려워졌고, 북-미 대화는커녕 남북 대화도 될 리가 없다. 대화가 없는데 평화를 구하는 것은 착한 아이가 되지 않고 산타의 선물을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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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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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한반도에 올 일이 없다. 한국이 ‘착한 아이’가 되지 않고서는 내년에도 산타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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