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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06 18:43 수정 : 2016.01.06 18:43

정치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고민이자 도전이다. 내 직업과 노동이 보건정책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인 만큼 늘 ‘정치적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도 정치 바깥에 존재할 수 없는데다, 모든 정책에서 정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벌써 기억이 흐려진 진주의료원 폐원,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의료산업, 영리병원, 메르스 대책을 예로 든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자각하는 공적 책임도 정치와 떨어질 수 없다. 나는 교육을 비롯해 교통, 주거, 보육, 일자리, 돌봄 등 여러 영역에서 공공성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이웃, 공동체의 ‘번영’(아리스토텔레스는 ‘에우다이모니아’라고 했다고 한다)이 달려 있으니, 이에 보탬이 되도록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라고 느낀다. 정치에 관심을 둘 뿐 아니라 좋은 정치를 요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치가 이런 것이라면, 내 자리에서 보는 현실은 답답하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좋은 정치가 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선거에 따르는 공약만 해도 그렇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온갖 약속을 다 할 테니, 별별 환상이 동원될 것이 뻔하다. 아니 벌써 시작했다. 영리병원을 유치하겠다거나 의대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한둘이 아니다. 다른 지역과의 균형발전은 무슨! 내 지역의 이해가 다른 공공의 가치를 압도한다. 가장 공적이어야 할 정치의 ‘비공공화’.

총선을 코앞에 두었지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성의 정치가 어떻게 가능할까. 사사로운 이익, 그것도 좁고 단기적인 것을 넘어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키우는 길이 있다고 치자(예를 들어 영리병원 설립 반대). 지역의 이해관계가 먼저인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방법이 있을까?

나는 두 가지 가능성이 살아 있다고 믿는다. 한 가지는 지역구 의원 수와 무관하게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법. 많이 늦었지만 한가닥 희망을 남겨 놓는다. 다른 이유도 많지만, 국회라는 말에 들어가 있는 ‘국’(國)이 (지역이 아니라) 나라를 뜻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국회를 통한 민주적 대표 체계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국민, 시민, 유권자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노동자, 청년, 노인, 여성, 소수자…. 국회가 대표해야 하는 정체성은 차고 넘치는데, 지역이라는 기준만으로는 ‘대표’가 불가능하다. 모두가 청년 일자리와 ‘금수저 흙수저’를 입에 올리지만, 청년이 어떻게 대표될 수 있는지는 답하지 않는다. 의료의 공공성, 그리고 다른 공적 가치를 지지하고 옹호할 대표는 또 어떤가. 비례대표를 크게 늘려야 한다.

다른 한 가지는 좀 더 시간이 남았다. 정당이 어떤 이익과 희망을 대변하는지 제대로 충분히 밝히고 그것으로 경쟁하라.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정파가 나뉘고 합해지는 일은 익숙하다. 서로 비판하고 경쟁하며 지지자를 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당제? 반대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을 왜 강조하는가. 그 많은 정당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념 구분이 희미해지고 실용주의가 강화된 것이라고? 동의할 수 없다. 그보다는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의심한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그 질긴 연고만 남으면 정당은 단지 사적 이해관계와 갈등, 욕망을 대변할 뿐이다. 정당과 선거가 직업으로서의 국회의원을 채용하는 통로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터. 정당이 무엇을 할지 지향을 정하고 정책을 실현해야 그것을 지지하는 시민이 비로소 주권자가 될 수 있다. 어느 정파든 정책강령을 알기 쉽게 상세하게 밝혀 달라. 공공성의 정치가 작동하는 첫째 요건임을 주장한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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