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20 18:38
수정 : 2016.01.20 19:44
새는 하나의 날개로 하늘을 날지 못한다. 사람은 하나의 눈으로 세상을 온전히 보지 못한다.
2016년 초부터 대한민국에서는 ‘북한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북이 갑작스럽게 수소탄 시험으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했으니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일찍이 리언 시걸이 지적했던 것과 같이 ‘죄와 벌’이 그 주제다. 죄를 저지른 자는 명확하고, 벌을 주는 자도 캐스트가 확실하다. 과거에도 같은 줄거리로 세 번이나 공연을 올린 적이 있는 터라 관객들은 차후 전개과정도 대충 알겠다는 표정들이다. 소품이나 달라진 정도라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함께 평화의 수호자로서만 등장한다.
공정한가?
미국은 현재 수소탄을 포함해서 7천기에 이르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14년 대통령 정책명령 24호로 핵무기 개량을 지시했다. 앞으로 10년간 3500억달러, 30년간 1조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개량형’ 또는 ‘수정형’ 새로운 핵무기들이 생산되고 있다.
미 전략사령부 및 공군은 글로벌 번개, 글로벌 천둥 등의 이름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핵전쟁 훈련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태평양으로 시험발사하기도 한다. 전략자산을 동맹국에 파견하는 등 일부 동맹국도 훈련에 동원한다. 한반도 등 국지전쟁훈련도 매년 실시한다.
오바마 정부는 전임 정부의 선제공격 독트린을 폐기했지만 북에 대한 핵 선제공격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현 핵군사 독트린은 북에 선제 핵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히 요한 갈퉁이 얘기하는 구조적 폭력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미국은 이 폭력의 구조 속에서 가만히 두 손 놓고 앉아만 있지 않았다. ‘전략적 인내’ 아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 북핵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주장은 한 눈을 감고 하는 말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북이 제안한 평화회담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0월 의회에서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는 어떠한 여건도 상상하기 어렵다”며 외교관의 발언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12월3일에는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회동에서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을 계속해서 제고”하기로 했다. 유엔에서는 북한인권결의를 주도했다. 결국 12월8일에는 북의 전략군 등에 독자적 제재를 가했다.
이 중 특히 제재는 북의 핵시험을 불러올 것이 뻔했다. 북은 2006년에도, 2009년에도, 2013년에도 제재에 핵시험으로 대응하지 않았던가.
역시였다. 북은 1월6일 ‘수소탄 시험’으로 대응했다.
중국 정부의 태도가 과거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는 미국이 독자 제재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았는가.
북한 핵무기가 위험하다면 미국의 핵무기도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무기가 평화를 위협한다며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북의 논리도 자가당착이다. 미국과 북은 외눈으로 서로를 보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바야흐로 한반도에서는 전략핵 군비경쟁이 시작되었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북을 염두에 두고 정밀유도핵폭탄 같은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치우고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인내적 절제적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북은 핵무기의 다종화뿐만 아니라 이제 표준화와 규격화를 운위하고 있다. 양산체제로 들어가겠다는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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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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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6년 ‘북한 무대’에서 집단적 편시를 읽는다. 세상을 두 눈으로 보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핵 군비경쟁은 더 위험하게 벌어질 것이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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