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08 19:35
수정 : 2016.03.08 20:06
3월2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270이 통과되었다. 3월8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처 이후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발표하였다. 현재까지 모든 대북제재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을 오가는 모든 선박은 유엔 회원국의 검사 대상이다. 북한을 기항한 선박은 180일 동안 우리 항구에 입항할 수 없다. 외국 선사들이 북한과 운송계약을 못하게 하는 조처다. 총 한자루도 팔 수 없는 북한은 매우 제한적인 광물만 거래할 수 있다. 해외 북한 금융지점은 90일 이내에 폐쇄조처를 당할 것이다. 이는 곧 공식적인 북한의 해외 금융네트워크가 봉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대북제재가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즉, 돈줄을 막아 버리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신념체계가 정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북제재안들이 과연 북한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제재의 정책적 효용성에 관한 논쟁은 국제정치학의 뜨거운 화두이다. 제재의 효용을 주장하는 쪽은 제재 정책 자체가 국제사회의 단호함을 보이는 중요한 신호라고 주장한다. 제재로 발생하는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국제규범을 어긴 국가에 엄중한 처벌을 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불량국가의 정권을 겨냥한 ‘스마트 제재’는 불량국가의 전략적 계산에 변화를 초래하거나 내부 분란을 일으켜 제재의 성공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제재 정책이 효능이 없다고 주장하는 쪽은 제재가 불량국가의 지도층보다는 민간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국제제재안이 아무리 훌륭해도 국가들이 이를 정확히 이행할지 알 수 없고, 이를 강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즉, 현실적으로 누군가는 제재안을 어길 것이며 이를 처벌할 방안 또한 부족하다. 또한 국제제재가 불량국가의 지도층을 더욱 결속시킬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재의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쿠바의 카스트로가 전형적인 예다. 이 오랜 논쟁의 초점은 바로 제재가 성공하려면 여러 조건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국제정치학적 함의는 바로 제재 자체만으로 불량국가의 변화를 초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체로 양쪽은 제재라는 처벌과 함께 제재 그 이후의 출구 로드맵을 제재 국가에 제시하지 않으면 제재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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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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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북핵 국면에서 국제사회와 한국은 대북한 제재에 매우 단호하다.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매우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 대북제재 선봉에 섰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워낙 단절되어 있어서 우리의 제재가 얼마나 북한에 고통을 초래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김정은 정권의 결속과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시킬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핵무장을 더욱 정당화할 것이다. 단호함만으로 제재가 성공했다는 사례와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 국면의 문제는 북한에 제재 이후의 출구, 즉 유인책을 보여주지 않는 데 있다. 대북제재의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라면, 제재와 동시에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올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선언적 제재보다 6자회담 재개 방안과 같은 섬세한 비핵화 로드맵을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서방의 이란 제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유럽이 지속적으로 협상안을 이란에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대북제재안들이 북한의 비핵화 이상의 그 무엇을 바라고 있다면 염려스럽다. ‘그 무엇’이 북한 혹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라면, 이 제재의 성공률은 낮을 것이다. ‘제재를 위한 제재 정책’이라는 어두운 터널보다 평화적인 비핵화를 위한 예민한 정책이 시급하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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