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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10 19:28 수정 : 2016.04.10 19:28

서구 정치학자들이 보기에 아시아에서 일찍 자유민주주의 단계에 도달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과 인도다. 일본은 이미 1950년대에 좌파 정당이 합법화되고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과 자민당 일당 지배 아래서도 꾸준히 총리가 바뀌는 유사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을, 인도는 지역 분권의 연방제를 실시할 뿐 아니라 그 지역 안에서 다시 종교와 언어에 따라 다층적 연방제를 시행하는 이른바 합의제 민주주의 전통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일본과 인도가 상대적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단계에 진입했다면 그렇지 못한 불완전한 민주주의 유형에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포위된 민주주의다. 이 유형의 사회에서는 군부나 재벌처럼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포위하여 통제하거나 뒤엎는 막후 세력이 존재한다. 둘째는 배제된 민주주의다. 예컨대 타이의 고산족처럼 아예 시민권이 없는 무국적자로 국경 안에 존재하거나 불법 이주노동자처럼 애초부터 정치과정 참여가 봉쇄된 사람들이 많은 경우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셋째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다. 이 유형은 정당이 존재하고 정기적인 선거 등 모든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가 진행되지만 실제 바뀌는 것은 없는 경우다. 2000년대 초반 러시아가 이 유형에 속했지만 지금은 아예 권위주의 체제로 전락해서 불완전한 민주주의 선상에서도 탈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넷째는 위임 민주주의다. 이 유형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뒤집는 경우가 일어나는 사회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한국을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할 때 주요 이유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강력한 권한이 정상적인 체제 작동을 왜곡하는 위임 민주주의 현상 때문이었고 여기에 국가보안법에 의한 사상의 자유 제한이 추가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는 네 가지 불완전한 민주주의 유형의 특징을 모두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에 의해 포위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과정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정해진 일정대로 정치가 이뤄져도 별로 바뀌는 것 없는 답답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상황을 타파할 계기는 주권자인 시민의 분노와 이들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이겠지만 기득권 세력의 운동권에 대한 비판 공세에 이마저도 움츠러든다. 기득권 세력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면 종북 좌파의 딱지를 붙인다. 이념대결 구도에 빠진 저항세력은 반대편을 향해 친일 우파의 딱지를 붙이지만 종북이 미확정된 미래의 공포를 동원하는 주술이라면 친일은 이미 이뤄진 과거의 행적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 대학에서 학생들은 국내정치가 아닌 국제정치에 관심을 갖고 국제기구에 취직하기를 원하며 어디든 해외로 눈을 돌린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 힘든 우리 현실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한 이유겠지만 그 이면은 걱정스럽다. 예컨대 2010년과 2015년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를 비교하면, 차이와의 공존을 의미하는 다문화 수용성은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젊고 고학력일수록 다문화 수용성이 높던 추세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을 탈출하기 원하지만 정작 개방과 소통의 지구화 흐름에 반대되는 폐쇄적 성향이 젊은 세대에서 커지는 것이다. 고립된 젊은 세대가 각자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한국 정치는 불완전한 민주주의의 모든 특징을 보여주면서 평균 이하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젊은 세대의 절망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희망은 당신들의 적극적인 참여밖에 없다.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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