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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30 21:15 수정 : 2016.05.30 21:15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예전에는 가족이나 공동체 속에서 도움을 주고받았고, 지금은 시장과 국가의 몫이 커졌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돌봄서비스가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둔 가족들, 연로한 부모를 둔 자식들에게는 유능한 간병인을 구하는 게 시급한 현안이 된다. 입원 기간이 늘어나면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고 가족들의 정상적인 생활도 어렵다. 인격을 존중하며 진심으로 돌봐줄 곳이라 믿고 요양원을 선택하더라도, 정말로 편안한 거처인지를 확신할 수 없기에 늘 불안하다.

돌봄서비스는 일반 재화와 성격이 다르다. 공급측이 더 많은 정보를 독점하고 있어도 소비자들은 마땅한 해법이 없다. 서비스의 품질 또한 약속한 수준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환자나 노인을 돌보는가에 따라서도 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진다. 이때 공급측은 높은 가격을 청구하거나 약속을 깨고 조악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나 공공기관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거나 요구하는 서비스의 종류가 사람마다 다른 상황에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이처럼 시장 실패나 공공 실패가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 사업체가 유력한 대안일 수 있다. 이들은 좋은 일자리 창출, 양질의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재생 등 본연의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윤 분배를 일정하게 제한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용자를 속이거나 서비스 품질을 낮추며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유인이 낮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동기가 강하므로 이용자들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을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초의 인증 사회적 기업인 다솜이재단의 사례에 주목하게 된다. 간병업계 최초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동종 업계보다 높은 급여에 더해 4대보험·연월차휴가 등 복리후생도 제공하고 있으며, 양질의 돌봄서비스 제공으로 돌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높은 성과는 이윤동기의 억제라는 조직적 특성에 더해 공동간병제도의 도입, 간병서비스의 업무 표준화 등 다양한 경영혁신을 병행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간병사들은 이러한 혁신 덕분에 양질의 근무조건 속에서 불필요한 부가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고 고객과 약속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노인돌봄과 관련해서는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 중인 ‘꿈꾸는집 요양원’의 사례가 눈에 띈다. 다솜이재단이 시민단체와 대기업의 협력모델이라면, 꿈꾸는집 요양원은 같은 처지에 놓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대표적인 협동조합형 협력모델이다. 이 요양원은 직원이나 의료진도 조합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한 식구라는 의식이 강하고, 언젠가 이 요양원의 이용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 위에 더 정성스럽게 돌볼 동기가 크다. 집에서 가까워 언제라도 방문이 가능하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지역 공동체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어 가족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다.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경제학과 교수
사회적 경제 사업체는 영리기업, 공공기관, 공동체의 여러 특성을 새롭게 결합한 혼성조직이자, 구성원들의 필요 충족과 더불어 사회 전체의 공동선에도 관심을 두며 이익과 가치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조직이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의 소모적인 이분법을 뛰어넘어 새롭고 진취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사업모델상의 변화에 기꺼이 나서는 혁신적인 사업체이기도 하다. 다양한 필요와 염원을 지닌 여러 사업체들이 넉넉한 협동과 건강한 경쟁으로 서로 만나고, 각자의 색깔과 역량을 사회적 경제의 이름으로 한껏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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