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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06 18:45 수정 : 2016.07.06 19:30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한국 국민은 배은망덕한 민족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미국 오바마 정부에 크게 감사를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라는 비싼 무기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기 위해 저토록 불철주야 애를 쓰니 말이다. 최첨단 무기체계를, 더군다나 미군 스스로도 아직 충분히 보유하지 못해 앞으로 수년 동안 계속 구입할 계획인 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을 위해 뚝 떼어준다고 한다. 사드가 행여 자국의 안보를 해칠까 우려하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달래고, 심지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미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할 태세다. 약간은 부담스러워하는 박근혜 정부의 손에 억지로라도 쥐여주려고 힘을 쓰고 있기도 하다. 가히 이타적 국제관계의 전범이다.

하지만 과유불급,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미국은 왜 유독 사드라는 무기체계에 한해서는 이토록 넘치는 ‘은총’을 한국에 강요하는 것일까? 경북 칠곡군 왜관읍이 사드를 배치할 최적지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그 궁금증을 풀 단서를 제공한다.

우선, 사드 배치는 ‘한국 안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사드가 방어할 수 있는 범위가 200㎞이므로 칠곡에 배치하면 서울은 방어지역에서 배제된다. 1천만명이 밀집해 있고 경제와 정치 등 모든 부분에서 중심인 서울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면 사드는 과연 무엇을 방어하겠다는 것인가?

칠곡을 중심으로 반경 200㎞ 원 안에 들어오는 것은 주요 미군기지다. 주한미군 대다수가 집결하게 될 평택 및 오산 공군기지뿐만이 아니다. 막대한 양의 전쟁물자와 전투장비가 비축돼 있는 왜관과 대구의 미군기지도 포함된다.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투입될 부산과 김해도 사드의 방어 범위 안에 들어간다.

그뿐이 아니다. 북이 만약 서해 발사대에서 중거리미사일을 괌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 미사일은 칠곡 머리 위로 날아간다. 지난 6월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던 원산에서 괌을 향해 발사한다면 칠곡은 그 미사일을 요격하기 좋은 위치다. 사드 체계의 요격미사일이 북의 무수단 요격에 실패하더라도, 사드 체계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인 레이더는 북의 미사일 궤도를 추적하여 해상에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에 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은 이 정보를 이용해 함정에 배치한 SM-3 계열 미사일로 2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하와이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도 이렇게 요격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사드 체계가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에 통합되면 그 유용성은 더욱 확장된다. 북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최악의 경우, 알래스카의 지상배치 미사일방어체계에 유용한 궤적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북이 지난 2월 궤도에 올린 인공위성 광명성 4호의 궤적을 따라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캘리포니아, 약간 방향을 틀면 미 동부를 겨냥할 수 있다. 그 상승단계에서 사드로 요격을 시도하고 레이더로 궤도를 추적하여 해상에서 다시 요격하려는 욕구를 가질 만하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이론적 가능성뿐이라는 점이다. 또 이런 이론적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이 발사한 물체가 핵탄두인지 아닌지, 이 물체의 목적지가 미국인지 공해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요격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사드가 선제공격의 최첨단에 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드를 배치하는 지역은 북과 중국의 일차적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칠곡이 아니라 다른 지역이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이론적 안보를 위해 한반도의 현실적 안전을 희생하는 것이 ‘은총’에 대한 최선의 보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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