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C 대표·고려대 공대 교수 2003년 9월 당시 성균관대 약학대학 지○○ 교수팀은 제약회사 두 곳의 의뢰로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하기로 합니다. 재시험 없이 용역비를 받으며 추가적인 시험의뢰 계약을 맺고자 했던 지 교수는 자신이 원했던 데이터를 얻지 못하자 연구원들에게 시험 결과를 조작하라고 지시합니다. 복제의약품의 생동성이 거짓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정되었던 것입니다. 시험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습니다. 2009년 5월 지 교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지 교수의 지시에 따랐던 연구원(당시 대학원생)들에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형사소송이 끝나자 민사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의약품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출로 손해를 입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성균관대와 지 교수, 그리고 연구원 세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 8월 민사재판은 이들의 공동책임을 물으며 39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사이에 지 교수는 2014년 개인회생 절차를 밟았고, 지금은 가천대에서 특임부총장을 맡고 있답니다. 사용자의 지위로 배상금을 지급한 성균관대는 바로 지 교수와 연구원 세 명에 대해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2016년 3월에 1심이 마무리되었는데, 판결문엔 놀랍게도 연구원들에게 지 교수와 공동으로 26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 교수와 연구원들이(이를테면 9 대 1의 비율도 아니고) 공동으로 해야 하는 배상입니다. 지 교수가 개인회생 절차를 밟아 채무변제 능력이 없는 거로 돼 있다는 점을 참작하면, 26억원을 연구원 세 명이 상당 부분 떠안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연구원들은 급여와 거주지 전월세 보증금을 가압류당한 상태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합니다. 사실 충북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생동성 시험 결과가 조작되었고, 민사재판에선 충북대, 담당 교수, 그리고 대학원생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충북대는 달랐습니다.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데다 시험 결과 조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었다는 점을 헤아려 교수에게만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물론 지 교수의 지시로 부정행위에 관여한 당시 대학원생들의 잘못도 없지는 않습니다. 모든 걸 구조나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순 없을 테니까요. 저라면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았을 거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처지의 대학원생이었다면, 어쩌면 저도 지도교수의 정당하지 않은 압력에 굴복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데이터 조작 지시를 따른 게 잘못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힘 있는 자의 요구라도 부당하면 거부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대학원생이었던 연구원들의 잘못을 지 교수와 견줄 순 없습니다. 구상권은 지 교수에게만 청구했어야 합니다. 충북대가 그리했듯 말입니다. 형사와 민사재판을 겪으며 이미 충분히 고통받은 연구원들한테까지 구상권을 청구해 그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건 너무도 가혹한 처사입니다. 성균관대는 교육기관입니다. 자신이 품고 키웠던 청년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기보다는 교육의 책임을 다했는지 살피는 게 먼저 아닐까요? 연구윤리 교육은 적절히 했는지, 교수 뽑을 때 교육자적 자질은 제대로 따졌는지, 교수의 권력 남용이나 비교육적 행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는 있는지,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 이야기를 잘 듣고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는지, 아니면 적어도 그런 고민이라도 하고는 있는지…. 성균관대의 성찰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부탁합니다. 당시 대학원생들에겐 구상권을 청구하지 마십시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