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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08 18:03 수정 : 2016.08.09 11:02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그것은 거의 전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말이다. 노동생산성이란 노동시간당 얼마나 많은 생산이 이루어지는지를 의미하는데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이끄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는 보통 생산과정에서 더 좋은 기계를 더 많이 사용하면 높아진다.

최근 이 생산성의 상승이 각국에서 정체되고 있어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비농업기업부문의 연간노동생산성상승률이 2011년에서 2015년까지 0.5%에 불과했다. 게다가 올해는 198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1950년에서 1973년까지 황금기 시절 연평균 2.8%로 높았지만, 이후 정체되어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졌다. 생산성상승률은 정보기술투자 증가를 배경으로 90년대 후반 이후 회복되어 2000년대 초반 3%에 달했지만, 그 이후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정체는 이제 선진국들 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경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같은 기술발전에 관한 온갖 주장들은 그저 말뿐이었다는 말인가.

이에 관해 일각에서는 기존의 통계가 정보기술에 기초한 다양한 무료서비스의 혜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니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생산성상승의 정체를 현실로 인정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성장의 흥망성쇠’라는 책을 펴낸 고든 교수는 1970년대 이후 기술혁신이 정체하고 있어서 그 이전 50년에 비해 생산성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최근 정보기술의 발전은 전기, 내연기관 그리고 상하수도와 같은, 생활을 완전히 변화시킨 과거의 위대한 혁신들에 비하면 한계가 크다. 즉 혁신적인 기술이 발명되는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에 생산성상승이 정체되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논자들은 비효율적인 자본의 배분, 독점 강화와 기업의 진입과 퇴출의 약화, 그리고 고령화와 경험 많은 노동자들의 퇴직 등을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친 구조적인 요인들로 제시한다.

그러나 생산성상승의 심각한 정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나타났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케인스주의자들은 이에 주목하며 불황 자체의 악영향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디에고 코민 교수 등은 총수요 부족이 생산성의 상승에 핵심적인 연구개발투자와 신기술 도입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다. 결국 경기가 좋지 않으니 새로운 기술의 발명과 새로운 기계의 도입에 필수적인 투자가 침체하여 생산성상승이 느려졌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들은 실업률은 5%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임금상승은 더딘 노동시장의 변화도 한 배경으로 지적한다. 특히 금융위기로 실업이 급증한 뒤, 회복과정에서 소매업과 외식업 등 생산성과 임금이 낮은 산업의 고용이 많이 늘어났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전통적인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 일자리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성상승에 좋지 않은 소식인데, 완전고용 하에서 임금상승 압력이 높을 때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필요한 정책은 구조개혁이 아니라 정부의 공공투자 등 총수요의 확충을 위한 노력과 노동자의 권익 강화다.

생산성 문제는 사실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난제이며 최근의 정체도 수수께끼라 불리고 있다. 이는 과연 세계경제의 정체와 새로운 위기를 예고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요의 진작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일까.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노력에 경제성장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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