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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05 18:27 수정 : 2016.10.05 20:40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알란 쿠르디는 잊혔는가? 지난해 9월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3살짜리 시리아 난민의 죽음은 세상의 양심에 던져진 충격이었다. 하지만 1년이 조금 지난 이제 그 양심은 돌멩이로 변한 것인가.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인가.

지난 2일 헝가리 국민투표에서 98%라는 압도적 다수가 난민 수용에 반대했다. 그나마 투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해 국민투표가 무효가 됐다는 점이 위안이라고 할까. 어렵게 난민할당제를 성사시켰던 유럽연합(EU)은 헝가리 국민투표라는 돌발변수를 이렇게 요행히 넘겼다. 하지만 난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안고 있다. 난민 16만명 중 재정착한 난민은 지난달 초까지 4천여명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은 난민을 단 한명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은 국민투표로 난민할당제 반대를 아예 공식화하려 한다.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은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회원국가 축출을 위협한다. 이렇게 난민문제는 유럽 사회를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들며 유럽 통합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 문제의 뿌리는 중동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이다. 시리아 내전만 해도 인구 2300만 중 거의 절반이 피난 상태이다. 760만 정도가 고향을 떠나 시리아 다른 곳에 피신 중이고, 480만명이 시리아를 떠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알란 쿠르디는 천만이 넘는 피난민 중 한명이었다. 5년이 넘는 전쟁으로 30만~40만이 목숨을 잃었고, 피해액만 25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난민할당제는 이미 유럽까지 간 난민들에게 절실한 정착처를 제공하겠지만 난민문제 해결책은 아니다. 난민 발생을 막으려면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길은 멀기만 하다. 지난 2월에 맺어진 휴전협정은 서서히 붕괴됐고, 9월12일 극적으로 성사됐던 휴전은 바로 닷새 만에 파탄났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오폭’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해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은 이를 계기로 공격을 강화해 오히려 내전은 더 치열해졌다.

시리아 내전은 왜 이렇게 끝내기가 어려울까? 워낙 다양한 집단이 상이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미국의 입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드워드 루트왁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현상유지가 미국의 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도 아사드 정권이나 반군이 승리하는 것보다는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반군을 적절히 지원하여 시리아 정부에 압력을 가해야 하지만 정부가 붕괴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솔직히 시인하기도 했다. 정부와 반군이 싸우고, 시아파와 수니파가 싸워 서로의 힘을 빼는 것이 미국에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이해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원하는 쪽과 압력을 가하는 쪽만 다를 뿐.

반세기 넘도록 전쟁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는 과연 다를까? 미국과 중국이 적절히 지원하고 적절히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선제타격을 외치고, 핵무기 재반입이나 독자개발을 주장하고, 대결 노선에 매진하는 이들은 국제정치의 오래된 교훈을 잊었음이 분명하다. 미국이나 중국이 그들의 수사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 수사를 구사한 결과 한반도는 사드를 위시한 올무에 더욱 강하게 묶일 것이다. 혹시 알란 쿠르디를 잊은 것은 우리 모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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