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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어제 ‘하종강 칼럼’에서 다룬 일이지만 다시 써야겠다. 서울대병원이 지난달 27일부터 벌이는 파업은 “또 파업?”이라 하기 전에 이유를 들어봐야 한다. 철도를 멈춘 것과 비슷한 이유, 바로 ‘성과연봉제’ 때문이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명분 삼아 공공병원도 성과급제를 하라고 밀어붙여 이 사달이 났다. ‘공공’에다 ‘병원’이 성과급이라니? 그 용감함에 놀라고, 군사작전을 닮은 무모함은 두렵다. 곧 사고를 낼 것 같은 것은, 막상 무슨 ‘성과’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직원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그에 앞서 병원 전체의 성과가 명확해야 한다. 올해 서울대병원이 달성해야 할 성과가 무엇인가? 얼마 이상의 이익인가, 아니면 환자의 건강 또는 ‘안심’인가? 연구나 신기술 개발은? 지금껏 기관 성과를 분명하게 정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제발, 좁은 견문 탓에 내가 몰랐던 것이기를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공표하지만 않았을 뿐 모두가 아는 목표가 따로 있다는 편이 정확하다. 경영 효율화란 이름으로 적자를 보지 않는 것이 성과 목표 노릇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공공병원도 돈을 더 많이 벌어야 정부 평가에서 살아남는다. 기관 성과를 정했다 하더라도 개인별로 성과를 나누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진료를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은 병원을 잠시 들러본 사람조차 곧 알아차린다. 그 어떤 진료도 팀워크가 생명이고, 환자를 돌보는 것은, 그리고 그 결과는 모든 이가 힘을 합한 ‘종합’ 성과에 가깝다. 병원 현장이 분노를 넘어 냉소하는 이유는 이런 현실이 외면당하는, 차라리 무감각과 무지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한 간호사의 증언. “심폐소생술을 하기 위해서는 4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다른 환자들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내 환자, 남의 환자 가리지 않는다…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그렇게 자발적으로 나서서 남의 환자를 돕게 될까? 돕더라도 눈에 띄는 일을 하려고 하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머지 환자들 상태를 보살피는 일을 할까?” 성과가 좋을수록 필시 환자와 공익을 배신하는 기관 목표에다 내 것만 챙기는 개인 목표가 합해지면, 그 결과는 재앙이다. 직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환자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올까.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데 성과를 내고 수익을 창출하라니. 기념품이라도 만들어 팔고, 병원 로비에서 호떡이라도 구워 팔라는 건가?… 비싼 검사나 시술을 많이 받는 환자, 돈 되는 환자를 많이 유치해서 환자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내라고 권하는 건가?” 병원과 의사, 노동자, 환자 모두 이런 결과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연봉제를 압박하는 정부도 (설마) 이걸 원할까 싶지만, 필시 일부러 딴 데 정신을 파는 것이다.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모든 노동을 ‘유연화’하는 것, 그리고 정치적 상징으로서의 노동개혁. 쉬운 해고와 더 많은 비정규직이 유연화의 본질이면, 공공병원의 미래는 캄캄하다. 나아가 노동하는 사람들을 ‘순치’하는 것, 그것도 돈으로 길들이는 것이면 온통 절망적이다. 환자는, 진료는, 그리고 그 관계는 완벽하게 상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병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노동자보다 환자에게 더 큰 피해가 미친다. 덧붙이지만 사족은 아니다.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과 연금을 포함한 공공기관도 비슷한 처지니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구를 위한 성과연봉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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