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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초교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지난 3월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에서 패배하면서 미래교육이 교육의 화두가 되었다. 교육부, 시·도교육청별로 다양한 토론회를 열고 인공지능이 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진단하며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학교체제의 변화, 새로운 교육방법 모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교육의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미래를 좀더 적극적으로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 기술들이 급속히 진화하면서 인터넷과 정보화 기기를 활용한 학습이라는 기술적 측면을 넘어 인공지능의 진화가 우리의 삶, 일자리,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진단하고, 이 진단을 토대로 인공지능을 교육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관련해서가 아니더라도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교육 관련 담론이 생산되었다. 지금 발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포함해 이전까지의 국가수준 교육과정,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 2000년대의 교육개혁 문서들에서는 한국 교육이 위기라는 진단과 함께 교육개혁 과제들이 제기되었다. 이때 제기된 교육개혁 내용들에서는 지금의 알파고만큼이나 세계화 시대, 지식기반사회,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충격,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창의적인 미래교육을 위해 이전처럼 단편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익히는 것을 넘어 정보와 지식을 창출하고 확산하며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의사소통, 분석적 사고, 협력적 문제해결능력,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사고, 인간관계능력, 자기관리, 세계적 생존능력 등을 갖춘 세계시민이 될 것을 학습자에게 요구하고 있고, 교사에게는 이러한 학습자를 기르는 교육을 위해 전문성을 신장해야 하며, 학교·교육청은 배우고 가르치는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지시, 통제, 위계화된 조직체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알파고 이후 나오는 미래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사실은 기존의 누적된 교육문제를 인공지능을 빌려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 인공지능이 가져올 교육의 변화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는 대신 이 질문 자체를 문제시해야 한다. 즉 기술과 관련한 미래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의 의지와 희망이 개입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유례없는 풍요와 자유를 얻을 수도 있고,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재앙을 인공지능과 함께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학생을 길러내는 것, 그러한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혁신하며, 이상향을 향한 땜질(tinkering toward utopia)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지능조차 논쟁적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가 바라는 인공지능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교육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년 넘게 교육개혁을 이야기해왔지만, 20년 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혁신경영이 구호뿐이었던 것처럼, 교육개혁은 왜 실패했는지, 이제까지 개혁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끊임없이 토론하며,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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