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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1 18:30 수정 : 2017.02.01 20:28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정부가 건강보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우니, 이 글을 읽을 독자들은 다음 어디에 해당하는가에 따라 따로 살펴보실 것을 권한다. 첫째, 보통 직장인은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 둘째, 지역가입자 중 재산이 많은 사람 등 77%는 보험료가 내리고, 나머지는 그대로거나 오른다. 셋째, 따로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와 고소득 피부양자는 보험료가 오른다.

기본 방향은 소득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역가입자에게 물리는 보험료에 소득 비중을 높이고, 직장가입자가 낼 보험료에는 월급 이외의 소득을 더 포함한다고 한다. 성과 연령을 기준으로 매기던 ‘평가소득’을 없애고, 큰 불만거리였던 재산과 자동차 기준의 비중도 줄인다. 소득 기준 한 가지로 통일하지는 못했지만, 소득의 비중은 분명 커졌다.

큰 방향은 잘 잡았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소득 중심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에 소득 비중을 높인다고 했으나 기대 이하라는 것이 대표적 비판이다. 소득 파악의 정확성을 두고 판단이 다른데다, 정부의 추진 계획과 의지가 느슨하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정부는 아직 자영자의 소득 파악이 미흡해서 재산과 자동차 등의 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비판하는 쪽의 판단은 다르다. 과세 자료를 충분히 활용하면 80% 이상 자영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 파악률은 더 빨리 개선될 것이다.

나는 소득 중심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고 이에 대한 비판에도 공감한다. 건강보험료가 ‘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반영해야 한다면 재산과 자동차는 부정확한 잣대임이 틀림없다. 이른 시일 안에 소득 한 가지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정하는 것이 마땅하고, 사회적·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더 정확하게 소득을 파악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쯤에서 저절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매기고 그 소득이 조세체계를 통해야 정확하게 파악된다면, 아예 세금에서 건강보험료를 떼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국민은 이미 건강보험료를 세금으로 여기고 기업도 준조세라 부른다. 기술적으로는, 부담 능력에 가깝게 새로운 세금을 구성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터, 징수비용도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건강보험세’ 또는 ‘건강보장세’로 바꾸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바꾸자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가입자끼리 상부상조하는 ‘민간’보험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의료를 권리로 보장하려는 ‘사회’보험이다. 사회‘보험’도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앞서 권리와 정의를 더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가입자 사이의 연대와 협력은 유력한 이념이자 수단일 뿐, 권리와 정의를 보장하는 궁극적인 책임은 국가가 질 수밖에 없다. 사실 건강보험은 ‘보험’이 될 수 없으며, 가입자의 보험료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세금이 본래 정신에 부합한다.

정확하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압박은 자칫 더 내고 덜 내는 이해관계 투쟁으로 비화하기 쉽다. 전체 보험료 수입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재정 중립’의 원칙까지 보태면 그렇지 않아도 연약한 연대의 토대가 무너질 위험이 더 크다. 재정 부담의 형평성과 사회보장의 원리를 함께 추구하기 위해서도 조세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현행 조세체계를 믿는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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