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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3 18:34 수정 : 2017.03.13 19:05

정용주
염경초교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결국 헌법을 만든 힘의 원천인 국민에 의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당했다. 국민이 승리했고, 대통령을 파면시킨 이 승리의 경험은 희망의 유전자가 되어 우리 삶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복원해 내며 주권자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또한 헌법의 기본권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러나 촛불이 승리한 그 광장에는 아직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실습을 나가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과 가족에게 대통령 파면은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한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대통령이 기업의 사유재산과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판결문만이 가슴을 아리게 할 뿐이다. 그래서 광장의 승리가 노동하는 사람들의 승리가 되도록 더욱더 연대의 끈을 이어가야 하며, 학교는 자기주도적 진로탐색이니, 민주시민교육이니 이런 말을 되뇔 것이 아니라, 실습생의 노동권을 포함해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이밖에도 탄핵 이후 광장을 맴도는 두 가지 목소리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나는 세월호 유가족의 절규이고, 다른 하나는 후쿠시마를 기억하며 탈핵을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선박 침몰의 문제만 부각하면서 사고-보상 프레임으로 빠르게 전환하려고 했고, 정작 부각되어야 할 한국 사회의 정치, 국가 공동체, 관료 기구 무능 등의 문제는 철저히 은폐했다. 세월호 참사는 공동체가 개인의 안전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4·16 참사의 진실 규명이 답보 상태에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참여권은 여전히 존중받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우리 안의 핵발전소 문제를 보다 관심있게 들여다보며, 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도시와 밀양, 후쿠시마가 연대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핵발전소에 의존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목표인 교육이 지속가능한가 하는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탈핵은 단순히 핵발전소를 없애고 에너지원을 태양광이나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원전을 축소하면서 일본 정부와 국민은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 탈핵을 선택한 독일에서도 화력발전소의 비중이 증가하였고, 원유 추가 수입으로 정부 지출이 증가하였으며, 절전으로 인한 큰 고통도 겪었다. 그럼에도 독일이 탈핵이라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 이유는 그러한 방식에 의존하는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핵발전소 사고로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핵발전소의 사소한 기술적 고장이나 자연현상, 그리고 인간의 실수에 의해 인간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탈핵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교육 혁신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미래세대를 위해 인간, 동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에너지 정책을 채택할 것인지,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들의 삶은 어떠해야 하며, 우리가 서로를 돌보며 연대하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하며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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