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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6 18:35 수정 : 2017.03.16 20:53

권명아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이번 선거에서 지역은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탄핵에 대한 지지율이 80%에 육박했던 만큼 다가올 대선에서 지역 변수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와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은 오래되었지만, 선거 국면에서 여론 분석은 지역의 변화하는 경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근소한 차이로 1번과 2번의 당선이 갈리고, ‘결국’ 1번이 당선되고 나면, 그 이면에 놓인 지역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들에게 정당 색깔별로 분류하여 당선 지역을 보여주는 미디어의 ‘지형도 보여주기’는 “역시 지역주의가 문제”라는 관성적 인식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탄핵 이후 유독 대구·경북 지역 여론조사가 폭증하고 있다. 조금만 찾아보면 같은 날 나온 여론조사도 매체마다 너무나 편차가 커서 의아할 정도다. 미디어의 대구·경북(TK) 지역 여론조사는 탄핵 역풍과 보수 여론의 향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그러나 보수 여론이나 탄핵 역풍이 티케이 지역 문제만이 아님에도 반복되는 관성적인 지역 여론조사 보도는 탄핵 역풍을 티케이 지역의 문제로 만든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지역주의 타령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을 ‘문제 지역’으로 환원하는 담론 역할을 수행해왔다. 반면 송전탑, 원전, 기지 등을 비롯한 지역 차별과 지역 착취의 구조적 문제는 해당 지역에 국한되는 특수한 ‘지역 문제’로 환원된다. 선거처럼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 지역은 ‘문제 지역’으로 매도되고, 지역 착취와 지역 차별의 구조적 문제는 모두의 관심사가 아닌 특수한 해당 지역의 문제로 환원되어 공통의 관심에서 배제된다.

사드 배치에 대한 대선 주자의 대응을 보면 이런 프레임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도 문재인, 안희정 후보는 사드 배치 철회보다는 중국 대응에 무게를 두었다. 사드 공방은 외교와 중국 대응으로 논점이 채워졌다. 사드 배치가 ‘문제 지역’의 ‘지역 문제’에서 전국민적 이슈가 되었지만 막상 여기서 지역은 사라져버렸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는 사드 배치 지역 주민의 삶과 현실을 삭제해버리면서 공통의 관심사가 된다. 원전, 군사 시설 배치에 따라 지역이 기지가 되는 문제는 실상 지역 착취의 구조적 문제이다. 수도권의 ‘문제없는 삶’은 막상 이러한 지역 착취를 바탕으로 한다. 오키나와 기지 건설 반대 운동가들은, 기지 건설이 불가피한 일이고 이를 반대하는 게 지역 이기주의라는 ‘의견’에 대해, 그렇다면 기지를 도쿄에 건설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원전과 사드가 불가피하다면 서울에 건설하자. 어떤가?

사드 배치가 ‘지역 이기주의’ 논란을 넘어 대선 후보 검증의 중요 목록이 된 것은 사드 배치 예정 지역 주민들의 힘겨운 싸움 덕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대선 이슈가 된 사드 배치 논의 속에 지역 주민의 삶은 사라져버렸다. 지역은 ‘문제 지역’으로 호출되거나 ‘지역 문제’를 통해 대한민국 전체 이슈에 기입되지만, 정작 지역은 보이지 않거나 사라진다. 박근혜 정부와 유착된 지방정부의 적폐, 부산국제영화제, 조선·해운 산업 붕괴 등의 문제는 탄핵과 함께 심판되어야 할 일이지만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여론조사 속의 지역은 알튀세르의 표현에 따르면 과소 결정되어 있으나, 현실의 지역은 과잉 결정되어 있다. ‘문제 지역’도 ‘지역 문제’도 거부하고, 온전히 ‘문제를 일으켜서’ 이번 선거에선 지역 착취의 적폐를 청산하는 일, 그게 지역 주권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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