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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1 18:38 수정 : 2017.05.01 19:00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자의 인물이나 비전뿐 아니라 정책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어린이집 문제는 선거의 판을 뒤흔든 변곡점이 되었다.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 유치원의 독립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엄청난 반발은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에 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공급자의 동기에 대한 의혹, 제시되는 가격의 타당성에 대한 의심, 약속된 품질의 미심쩍음 등 시장에 대한 불신도 있다.

공공일자리를 확충해 고용문제 해결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공약에도 비판이 가해졌다. 공공일자리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의 주된 표적이 된 데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한몫을 했다. 정부는 기득권층이나 공무원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며,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능력도 없다고 믿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시장과 정부를 둘러싼 불신에는 오해도 적지 않다. 시장은 ‘만인이 만인을 속이는 복마전’이나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질될 위험을 안고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경기규칙과 유능한 심판에 의해 공정 경쟁이 보장되고, 그 참가자들이 공감과 상호성의 윤리에 입각해 거래한다면, 시장은 우리의 필요를 충족하고 가치를 높이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정부에 의한 자원배분은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할 위험이 적지 않다. 민간의 활력을 저해하고 시민정신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공동 번영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도,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몫이 특히 큰 곳으로는 보육·간병·요양과 같이 이윤동기와 경쟁이 양질의 서비스 제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돌봄 분야가 있다. 정부는 ‘원청업체’가 되어 적격 기관들에 사업을 위탁함으로써 고품질과 저비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때 성패의 관건은 돌봄 업무를 본연의 목적에 맞게 담당할 제대로 된 기관들을 효과적으로 선별·지원하는 데 달려 있다. 이 업무를 가장 잘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주체가 바로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 사업체들이다.

이들은 설립 목적 자체가 자신의 절실한 필요를 동료 시민들과의 협동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거나, 영리기업이나 정부의 활동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필요들을 새로운 기업가정신과 시민정신으로 해결하려는 혁신적 사업체들이다. 사회적 경제는 영리가 아닌 사회적 미션을 추구한다는 사업 목적상의 특성과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독특한 기업문화로 인해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유리하다. 소비자를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공동생산자, 공급자와의 장기적 동반자로서 참여시킨다는 것도 사회적 경제만의 특징이다.

사회적 경제는 서비스의 품질은 물론 전체 시장의 품질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동기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양질의 인간적 관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삶의 즐거움과 가치를 나누며 건강한 시장의 윤활유인 ‘신뢰’도 촉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정부의 수준과 품질은 결국 시민의 역량과 참여가 결정한다. 사회적 경제 사업체들이 활성화된다면, 정부는 이 동반자들과 함께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며, 시민의 경제적 주권이 관철되는 공간으로도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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