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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23 18:08 수정 : 2017.05.23 19:01

박구용
전남대 교수·시민자유대학 이사장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손을 건넨 대통령에게 5·18의 어머니가 한 말이다.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은 광주는 온종일 눈물을 흘렸다. 옛 아픔과 새 희망이 함께 흘러내렸다.

5·18둥이 김소형씨의 뒤를 따라간 대통령이 그녀를 안아줄 때 광주의 눈물에서 원한은 사라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순간 광주는 용서와 화해를 넘어 사랑을 꿈꾼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라는 대통령의 다짐과 함께 광주는 이 나라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책임진다. 설혹 지켜지지 못하더라도 가슴을 열고 심장을 꺼내 보인 약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의 영원한 친구가 되었다.

어떻게 이런 날이 왔을까? 누가 이런 날을 만들었을까? 생각하다 페북(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칼럼 쓸 만한 주제를 물었다. 평화로 가는 외교와 통일, 국가(권력)의 바른 역할과 시민정치, 청산해야 할 적폐와 개혁의 과제들, 검찰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그리고 선거법과 정당법 개혁에 뒤따른 개헌 등에 대해 글을 써보라는 의견이 많았다. 친구들의 조언을 보면서 우리가 모처럼 희망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꼈다.

희망은 벼락처럼 찾아왔다. 예외적인 너무나 예외적인 비상상황이 희망을 품은 권력을 탄생시켰다. 오랫동안 주류로서 권력을 독점했던 세력의 부패와 무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기대와 사랑이 커지면서 적폐세력들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저들은 사라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 그저 숨어 있을 뿐이다. 조건만 갖춰지면 곧 출몰할 것이다.

희망이 현실이 되게 하려면 적폐세력의 재출현을 막아야 한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저들과 한패로 대선을 치른 홍준표조차 저들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시점이다. 홍준표의 말처럼 박근혜 팔아 정치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던 저들은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기들 스스로 한 말처럼 저들은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한마디로 낮술 먹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잘하면 저들은 서로 할퀴며 더 깊이 잠들 것이다. 낮술 잠에 취한 저들을 흔들어 깨울 이유가 없다. 인위적인 것은 물론이고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정계개편의 조짐도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정이나 협치, 혹은 같은 뿌리 운운하며 국민의당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당이 방황하고 좌절하면 결국 지금의 다당제 구도가 양당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 바로 그 순간 자유한국당이 가장 큰 혜택을 받고 부활할 것이다. 그리고 광주와 대구의 건강한 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양당제로의 복귀는 두 지역에서 일당독재의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당제와 다당제 중에 어떤 구도가 좋은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당독재는 어디서나 나쁘다. 중앙만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나쁘다. 그러니 지역에서 일당독재를 불러올 중앙의 양당제는 나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다음 발언이 단견인 까닭이다. “난 양당제를 선호한다. 합리적 진보정당과 개혁적 보수정당이 경쟁하는 구도가 가장 합리적이다. … 바람직한 모델은 우리 당이 국민의당과 합당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되 바른정당이 주도권을 쥐는 거다.” 광주도 대구도 바라는 일이 아니다. 눈물나게 좋은 날 이런 상상은 어떨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하여 대구에서 자유한국당을 이기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광주에서 연정을 시작하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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