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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30 18:31 수정 : 2017.05.30 19:07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5월25일, 유럽 정상들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 건물 준공식을 겸해 9·11 테러를 추념하고 나토 헌장 5조를 상기하는 기념비 제막식을 준비했다. 기념비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잔해로 만들어졌다. 이 행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유럽방문을 위해 기획된 행사였다. 나토 헌장 5조는 “한 나라에 대한 군사공격은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게 골자다. 헌장 5조는 동맹체로서 나토의 정체성인 집단방위를 규정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헌장 5조를 준수하겠다는 공약을 해왔다. 학계는 나토를 대서양 안보공동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냉전기간 동안 발동되지 않은 이 헌장 5조가 2001년 미국이 9·11 테러 공격을 당했을 때 사상 최초로 발동되었다.

이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헌장 5조를 준수하겠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의 국방비를 지출하기로 한 합의를 어기고 있다”며 “아직도 자신들이 당연히 내야 할 방위비를 내지 않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미국은 우리 편에 선 친구들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말을 남겼다. 비공개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지디피의 2%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약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헌장 5조 공약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유럽 정상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지난 28일 독일 뮌헨의 한 정당 행사에서 한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서로 완전히 의지하던 시대는 어떤 면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며칠간 그걸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우리의 미래와 운명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여러분과 같이 하고 싶은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실망감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한편으로 유럽의 안보를 유럽이 책임져야 한다는 경각심을 국민에게 고하는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을 반대하며, “미국과 독일 사이의 무역적자가 독일 때문이며 독일은 나쁘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메르켈의 당당한 평가이기도 하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로 상징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고뇌에 찬 유럽의 자각이기도 하다.

약 3주 후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하게 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경제보복, 한-미 자유무역협정, 북한 제재와 남북관계 개선. 우리의 외교안보 현안 중 그 어느 것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것은 없다. 우리는 미국이 아쉽다. 그것이 엄중한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하는 게 많을 것이다. 화려한 수사 뒤에 많은 청구서가 나올 것이다.

이럴수록 당당한 협력외교가 필요하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안보는 우리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교훈을 전한다.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되, 대한민국의 절대적 이익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책임의식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 자산을 우리의 이익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때 한-미 동맹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이 등장시킨 정권이다. 국민의 평화 열망이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것이 곧 피플파워이다. 당당히 국익을 지키는 외교안보,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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