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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9 19:23 수정 : 2017.07.09 19:33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래전 육사에서 생도들을 가르쳤다. 육군 중위로 임관한 정치학 교관이었는데 생도들과 생활이 점점 즐거워져 평생 이곳에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언제나 명예와 신의에 살며,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세 가지 생도 신조를 아직도 기억한다. 육사 생활을 마치면서 생도문화의 독특함과 육사가 우리 현대사에 드리운 명암을 분석한 책 <국민의 군대 그들의 군대>를 펴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던 1990년대 분위기에서 이 책은 꽤 주목을 받았고 나는 덕분에 외국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나고 군의 정치개입 역시 한참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국방개혁은 큰 진전이 없고 문민통제라는 용어는 낯설게 남아 있다. 계속되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국방개혁을 주장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오히려 검찰개혁 등의 의제에 가려 국방개혁은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그렇지만 법무부 한 해 예산이 3조원일 때 국방부 예산은 38조원이라는 사실, 대부분의 시민은 평생 검찰과 상관없이 살 수 있어도 성인 남자 모두가 군에 입대해야 하는 현실은 국방개혁이 우리 생활과 훨씬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국방개혁은 크게 나눠 방산비리 척결, 전시작전권 환수, 군 구조 개편 등 세 가지다. 2015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방산비리 총액은 1조원 정도였고 그 가운데 8천여억원이 해군 관련 사업이었다. 방산비리는 무기구매에 쓰는 11조원의 전투력 개선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약 27조원의 전력유지비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비리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군사주권 회복의 당위성과 미군을 활용하는 군사적 효율성 논리가 대립하고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북 군사억제력 확보와 이에 따른 무기체계 개선이 변수다. 군 구조 개편은 육군 중심의 재래전 체제를 공군과 해군 중심의 현대전 체제로 바꾸면서 지휘체계와 병력을 소수정예화하려는 것이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이런 국방개혁의 내용을 보면 반드시 군인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아야 할 이유는 없다. 문민통제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국방장관이 국민의 뜻에 따라 군의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민주국가에서 문민통제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군이 본질적으로 그리고 불가피하게 비민주적인 조직이라는 사실, 둘째는 군이 사회와 분리되어 불가피하게 고립된 상태로 존재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이다. 본질적으로 비민주적이고 고립된 조직으로서 군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장관의 문민통제를 통해 국민의 이해에 따라 민주적인 국가를 지키는 최후의 물리적 보루로서 기능한다.

생도들은 끊임없이 지휘관이 되는 길을 연마하고 지휘관 결심의 순간을 준비한다. 지휘관 결심은 언제 누가 무엇을 위해 죽느냐는 긴박한 전투상황을 전제하기 때문에 토론하고 투표해서 결정하는 민주적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방식의 훈련을 평생 받아온 사람은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지만 좋은 국방장관이 되기는 힘들다. 혹자는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임명되면 장군들이 말을 잘 들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합참의장과 소수의 장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군인은 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라 전쟁에서 승리할 전략과 전술을 강구할 뿐 정치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단지 막연한 안보 불안감이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 수준에 걸맞지 않게 문민 국방장관에 의한 군의 문민통제를 지연시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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