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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31 18:08 수정 : 2017.07.31 19:00

정용주
염경초교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후퇴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고,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라며 ‘경제 민주주의’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연설은 민주주의가 완성된 형태로 지속하기 어렵고, 늘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그 무엇도 아닌 국민이 함께 공동의 삶을 관리하고 지배하는 이상을 대변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인민 전체가 아닌 자산, 부, 교육수준,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나뉜 국민의 일부에 의한 지배에 반대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라는 빈 그릇을 채우기 위해서는 교육받은 시민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즉, 공교육의 목적은 자기-통치를 하는 개인과 집단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대중에게 제공한다는 가치관의 제도화였다. 따라서 교육은 개인의 잠재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람, 학문, 언어, 역사 등을 배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키우고 세상과 긴밀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획득을 상징했다.

이런 이상은 고전 자유주의가 추구했던 평등주의, 인본주의에 뿌리내리고 있고, 교육을 공공재로 강력하게 인지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자유주의 사상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경제적 이익이 개인의 삶이나 민주주의를 구축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재료이자 원시적인 원칙이라고 여겨졌다. 스미스, 토크빌, 듀이, 밀, 롤스 등 사상가들이 이런 견해를 표명했다. 교육을 통한 정신과 인격의 함양은 이런 빈약함과 원시성을 바로잡는 핵심 수단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국민주권의 주체로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대중을 만들어내는 기획으로서 교육은 버림받았다. 오늘날 교육은 인적 자본의 가치 증대에 집중한다. 시민은 공공 공간, 공공 경험을 공유하는 민주주의 정체의 일원이 아닌 투자자나 소비자로 취급된다. 정의라는 틀 안에서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고 시민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고 있다. 그 빈자리는 전문성, 시장 예측을 통한 통치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교육은 전문적 기술을 보유한 인적 자본을 길러내는 것으로 간주된다. 민주주의조차 공적인 삶과 공공의 지배에 참여하는 이들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이 시민이 아닌 자기-투자를 하는 인적 자본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삶도 달라졌다. 교육은 투자가 되었고, 시민은 취업시장, 주택시장, 의료시장, 은퇴시장 등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적응하는 역량을 계발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심지어 연애, 결혼, 여가활동 등도 모두 자기 자본가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렇게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는 일은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게 됐다. 지식, 사고, 훈련은 오로지 자기 자본가치 증대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가치가 인정되고 추구된다.

민주주의가 국민이 공동체의 토대와 규정을 결정한다는 이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본다면, 부의 생산에 얽히고 자본에 묶인 삶을 벗어나 자유와 여가에 기반한 삶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 절대다수를 공공의 삶과 통치의 영역에 참여하도록 하는 민주주의의 기획으로서 보편적 공교육 실현의 고투는 지금도 진행형이며, 보다 급진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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