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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6 18:15 수정 : 2017.08.16 19:20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건강보험’은 2000년 이후의 용어, 그 전에는 ‘의료보험’이었다. 무슨 차이를 생각하고 말을 바꾸었을까? 당시 언론 보도에 실마리가 보인다. “모든 피보험자에 대한 상병수당을 신설하고, 건강진단과 산전진찰 예방접종 등을 포함하는 예방급여를 신설”한다고 계획했다. 병에 걸린 후 치료(비)를 보장하는 제도를 벗어나, 질병을 예방하는 데까지 나아가겠다는 포부였다. 이 목표는 얼마나 달성되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언론이 ‘문재인 케어’로 이름을 붙인 것은 미국의 오바마 케어를 흉내 낸 것이지만 정치적, 사회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 시민에게 중요하다는 뜻도 읽힌다. 의료비 때문에 가계와 생활이 파탄에 이르지 않아야 하고 그 일차 책임을 국가가 진다는 것, 당연히 중요하다.

국가 책임의 뜻을 한 유학생의 글에서 옮긴다. “아빠가 되어 살아가다 보니 일, 집, 의료, 교육… 이 중에 한두 가지만 국가가 책임져줘도 스트레스는 반감되지요.” ‘문재인 케어’는 바로 그 의료비 걱정을 없애겠다는 정책이다. 반드시 성공해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정확하게는 혜택이 아니라 권리!)을 누려야 한다.

아쉬움과 걱정은 그저께(8월15일치) 신영전 한양대 교수가 <한겨레>에 기고한 글(사라진 ‘100만원의 개혁’을 찾아서)로 대신하고, 나는 더 확장되고 적극적인 ‘건강 보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보탠다. 보장성 강화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지만, ‘모든 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충분치 않다. 의료보험이든 건강보험이든 아프고 난 뒤에야 작동하니, 그 전에는 무력한 탓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할까?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 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조기 사망자 수를 7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담배 때문에 죽는 조기 사망자 수보다 많다.” “2016년 한해 일하다 죽은 노동자의 수가 하루 4명꼴… 상주 하청업체의 산재 사망률은 원청보다 8배 높다.” “생체리듬을 교란시키는 교대근무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발암 요인(그룹 2A)이다.” 메르스 유행의 기억도 덧붙여야 한다.

생명과 건강을 결정하는 많은 일이 병원 바깥에서 그리고 의료/치료의 외부에서 일어난다. 많은 사람에게 치료, 건강보험, 의료비 걱정은 때로 너무 늦거나 별 소용이 없다. 설사 ‘무상’이라 한들 병원에 갈 틈조차 없으면 어떻게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아무 걱정 없이 치료해도 질병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또는 후유증과 장애가 남는다면? 완벽한 건강보험조차 모든 건강을 보장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새 정부가 의료비 걱정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참에 ‘건강 보장’으로 도약하자. 병원에 가야 할 필요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단언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료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보다는 못하다. ‘문재인 케어’의 성공과도 연결된다. 예방과 건강 증진, 공중보건을 통해 병원으로 진입하는 길을 좁히지 못하면, 그 많은 치료와 비용으로 건강보험 또한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병원에 갈 일이 생기기 전에는 모두 관심이 적다. 의료와 건강보험을 넘어 국가와 정부가 직접 나서 주역 노릇을 해야 하는 이유다. 예방과 건강 증진, 공중보건과 그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을 요체로 삼아야 한다. 개인보다는 건강 환경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란 점을 강조한다. 기회는 괜찮다. ‘문재인 케어’로 운을 떼었으니, 건강 보장을 들어 올릴 지렛대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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