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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6 17:39 수정 : 2017.11.26 19:12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독립선언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인구 750여만명에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생산하는 부유한 지역이다.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의 주축을 이루는 카스티야 왕국에 합병된 이후에도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통해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1인당 지디피가 3만5천달러로 한국과 이탈리아보다 높고 만약 독립한다면 단숨에 세계 34위 정도의 경제규모를 갖게 된다. 덴마크 인구가 570여만명, 아일랜드가 470여만명인 것에 비춰 보면 경제규모나 인구 면에서 독립을 못할 이유는 없다.

2014년 독립 여부를 묻는 최초의 카탈루냐 주민투표는 41% 투표율에 8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2017년 스페인 경찰의 저지 속에 치러진 투표에서는 43% 투표율에 9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27일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선언을 하자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의회를 해산하고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직접통치를 선언했다. 곧이어 각료들을 반란죄로 체포했고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과 4명의 각료는 브뤼셀로 탈출해 스페인의 체포영장이 청구된 상태에서 벨기에 법정의 심문을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12월21일에 카탈루냐 지역에서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공표한 상태다.

카탈루냐 독립선언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인 융커는 이런 시도는 유럽연합을 약화시킬 뿐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투스크 상임의장 역시 우리는 스페인을 상대할 뿐이며 카탈루냐 의회가 독립을 선언한다고 해서 회원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일부이며 미국은 강하고 하나 된 스페인을 지키기 위한 스페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역사 속에서 전쟁, 조약 등을 통해 비자발적으로 합병된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가 유럽연합의 해체나 기존 세계질서를 위협할 것을 걱정하는 이들의 반응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이와 같은 반응은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독립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권리를 둘러싸고 1948년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논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애초 이 선언의 27조 문화적 권리 조항은 인종, 언어, 종교적 소수가 자신들의 문화를 공공영역에서 실천할 ‘집단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초안은 미국이 의장을 맡은 워킹그룹에서 삭제되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소수문제가 유럽의 문제이며 미국 내에 소수문제는 없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벨기에는 히틀러가 1920년대 국제연맹 헌장에 규정되었던 소수의 권리에 근거해 다른 나라에 있는 소수 독일인의 지위를 문제 삼아 개입과 침략을 정당화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문화적 권리는 여전히 문화적 소수의 권리와 정체성 보호를 통해 분리주의를 격려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국가의 통일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오늘날 개인과 집단의 언어 및 문화에 대한 권리는 가장 중요한 인권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카탈루냐가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근거로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다만 과거의 민족주의가 정치적 독립을 목표로 팽창을 추구했다면 최근의 민족주의는 저성장이 일반화된 후기지구화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배타적인 이익을 위해 고립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카탈루냐는 자신들의 민족주의가 배타적인 고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편적인 세계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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