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1 18:14
수정 : 2018.06.11 19:02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민화협 정책위원장
아슬아슬한 반전 끝에 오늘 드디어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종전선언이 되면, 1953년 7월27일 이후 65년간 지속됐던 ‘일시적 전쟁 멈춤’ 상황이 마무리된다.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시브이아이지(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가 어느 선에서 타협될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판문점 북-미 실무회담이 10여일 동안 6차례 진행되었다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비관적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시브이아이디와 시브이아이지를 실제로 이행해 나갈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변국들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변화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경제 협력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회담 이후 동북아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직면하게 될 과제다.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되기 이전, 두번의 북-중 정상회담(3월과 5월)을 했다. 두번의 폼페이오 방북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배후설’을 제기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시브이아이디 해결방식이 아닌 쌍궤병행과 같은 단계적 접근과 동시적 조치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해 오고 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종전선언을 중국을 포함한 4자가 아닌 남·북·미 3자 간에 논의하는 것에 노골적인 불만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는 5월31일 방북한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월 러시아 초청이 담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러시아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단계적 접근과 동시적 조치를 지지하며,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북-러 간의 경제·통상 확대와 한반도 비핵화 대화가 동북아 전체 안보체제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러시아의 기존 입장도 재강조했다.
한편 일본은 ‘나홀로’ 소외되어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올림픽 종료 후 기존의 대북압박 추진을 종용하자 문 대통령은 “내정간섭 말라”고 단호히 거부했다. 그리고 중국은 5월7~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극비리 중국 방문을 한국과 미국에만 통지했다. 북한도 5월1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국제기자단을 초청하면서 일본 기자단은 배제했다. 북한 핵문제 관련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한·미·중·러 외에 일본 대신 크게 관련 없는 영국을 포함시켰다. 그동안 대북 강경론을 선도했던 일본은 ‘재팬 패싱’(일본 배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뒤늦게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변국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나 방향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전개되는 주변국들의 발 빠른 행보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각국의 외교전이 고차방정식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번영을 위해선 남북 간 교류·협력이 우선돼야겠지만, 이제 우리 정부는 동북아 지역 안보·협력에 눈을 돌려야 한다. 안보 문제에서 주변국의 불필요한 우려를 불식하면서 동북아 안정을 끌어내고, 경제협력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한반도 운전대’를 확고하게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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