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8 17:54
수정 : 2018.09.19 09:15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허무맹랑한 가짜 이야기들이 많다. 이건희 회장이 즐겨 사용했다는 메기 효과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노르웨이에서 정어리를 산 채로 운반하기 위해 메기를 사용했다는데, 사실 카더라 통신 수준의 이야기로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메기 효과와 관련된 유일한 문헌적 근거는, 역사학자 토인비가 서유럽과 러시아가 서로 체제경쟁을 하는 것을 청어와 메기에 비유한 것 정도다.
실제로 메기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연생태계에서는 포식자가 있으면 스트레스로 사망률이 증가한다. 가장 익숙하게 들어보았을 개구리 이야기도 거짓이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던지면 죽는다. 반면, 서서히 물을 끓이면 개구리는 살려고 잘도 기어 나온다.
비슷한 것으로 독수리와 사자 이야기도 있다. 40년을 산 독수리가 낡은 부리와 발톱을 뽑으면 새것이 자라고, 그러면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다. 또 사자가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절벽에서 새끼를 던지고 기어 올라오는 놈만 키운다고도 한다. 모두 거짓말이다. 독수리의 부리와 발톱을 뽑으면 새로 날 리가 없다. 사자 새끼도 절벽에서 던지면 죽을 뿐이다.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있다. 기업경영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경쟁’을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뉴스라는 점이다. 사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한번쯤 의심해볼 만한 이야기이고,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도 금방 틀리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믿는다면, 이것은 경쟁이 과학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말해, 그런 이야기들을 별로 믿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런 대표적인 거짓말로 ‘자전거 효과’라는 말이 있다. 경제는 자전거와 같아서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말이다. 우선 경제가 자전거일 리가 없다. 경제는 자동차일 수도, 비행기일 수도 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경제가 끊임없이, 그것도 상당한 속도로 성장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일종의 괴담이다.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성장 같은 말을 들으면 이 역시 괴담의 일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의 수식어가 어찌 되었건 ‘성장’이라는 1970년대식 구호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성장담론은 결국 낙수효과가 설득력을 잃자 하위 계층의 소득을 높여서 성장을 하자는 대안인데, 우리가 저발전 국가도 아니고 하루 이틀에 그 효과가 나타날 리 없다. 국민소득 1천달러 시대의 구호가 3만달러 시대에 통할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 금방 성장지표가 나아질 것처럼 제목을 짓고 홍보를 하면 그 대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말 성장지표가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 다음 총선은 이 정부에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어릴 적 나는 ‘자전거’라는 노래가 싫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자전거가 없는 것도 서러운데, 어물거린다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자전거를 잘 살피다가 잽싸게 피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자전거 경제는 그만하자. 그동안 너무 자전거만 탔다. 그것도 숨차게. 이젠 좀 걷자. 경치도 좀 둘러보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곁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자. 넘어진 친구가 있으면 일으켜 세워주기도 하고. 그렇게 좀 걸어가도 안 죽는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10년이 넘었고, 이제는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소득주도성장보다는 소득주도 행복경제가 좋다. 신경 써야 할 지표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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