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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9 18:22 수정 : 2018.09.19 19:17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연구소 소장

일주일 전, 정부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보육부터 취업까지, 의료에서 돌봄까지, 대통령이 책임지겠다고 다짐했으니 흐지부지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종합과 맞춤이라는 방향도 환영하고 지지한다.

국가가 치매를 책임진다는 약속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마침 주초에 경남의 한 군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 보건소 홍보판에는 작년 12월부터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는 중이라 적혀 있었다. 들으니 보건소 시설을 고치고 사람도 새로 뽑았다니, 곧 주민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발달장애인 지원과 치매국가책임제 모두 그 근본 취지를 반대할 수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보건복지의 기본권이 아닌가. 특히 다양한 (때로 이질적인) 보건복지 수요를 함께 해결하려는 조짐이 보여 반갑다. 돌봄, 보건의료, 주거, 교육, 직업 등 여러 서비스가 동시에 필요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동안 사회와 정부 모두 그럴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

의료·복지 수요는 본래 복합적이기 마련이다. 발달장애, 치매를 비롯해 정신질환, 지체장애, 뇌졸중 같은 상황이야 당연히 그렇지만, 겉보기에 간단한 경우라도 보건의료와 복지는 필시 출발부터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어린이가 조금 오래 입원하면 당장 학교가 문제가 된다. 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하면 일자리를 잃고 가정 경제가 불안해지며 가족관계도 흔들린다.

교육이나 취업까지 넓히지 않고 보건복지에 한정해도 필요 서비스가 복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고혈압·당뇨병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주위에 흔하다. 혼자 살고 가난해서 의식주가 다 불안한 처지가 한둘이 아니며, 사정이 나쁘면 손자 손녀까지 돌봐야 한다. 폐렴이나 골절 같은 질병·사고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거의 모든 보건복지 서비스가 동원되어야 한다.

한 사람 한 가정에 한꺼번에 필요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의 보건복지 서비스는 각개전투에 가깝다. 이른바 ‘파편화’ 현상. 사회서비스 종류만 200가지(!)가 넘는다는데, 제공자와 책임자, 담당 부처와 부서, 재정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의원-병원-요양병원-요양시설-보건소-집 사이를 ‘순회’해야 하는 노인을 상상해보라. 정부 부처와 부서는 문제마다 종합계획과 대책을 세우고 예산과 인력을 확보한다고 한다. 현실은 그 틈과 벽 사이에서 어떤 것은 이중삼중 겹치고 어떤 것은 빠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물으면, ‘종합’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통합’이라 말하고 싶다. 갖가지 정책과 책임, 서비스 제공을 모두 모으자는 소리가 아니다. 일원화는 본래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연계·조정·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돌봄 서비스와 노인 장기요양의 돌봄은 당연히 연계할 수 있다. 건강과 의료 위주라면 주치의를 두고 조정자 역할을 맡기는 편이 낫다. ‘커뮤니티 케어’라고 말하면서 의료, 보건, 복지가 따로 놀면, 그게 다 한가지인 당사자는 얼마나 불편하고 혼란스러울까. 돈과 시간 낭비는 또 어쩔 것인가.

경쟁하듯 내놓는 많은 종합대책 때문에라도 정색해야 하겠다. 정부 부처와 부서에서 시작해 하향, 수직으로 나뉘는 파편형 보건·복지 대책을 전환해야 한다. 온전히 통합된 한 사람으로부터 출발해 중앙과 국가 정책으로 상향하도록, 정책이 삶의 현실에 순응하도록 방향을 전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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