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진 소설 <9화>
재하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으로 누나를 찾기 바빴다. 누나는 보이지 않았다. 집은 좁았다. 오랫동안 누나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누나는 집 안에 없는 게 확실했다. 재하와 나는 집 밖으로 나갔다. 담장 없는 집의 가장자리를 샅샅이 살폈다. 누나는 없었다. 확실했다. 재하는 당황했다. 누나를 찾으러 어디로 가야 할지, 누나가 있을 만한 곳이 어딘지 재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재하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사색이 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나가 집 안에 없을 경우는 우리 둘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재하는 주춤거리며 조금씩 집에서 멀리, 멀리 나아갔다. 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갔다. 불 켜진 비닐하우스와 그 너머 불 꺼진 비닐하우스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엔 없을 거야. 내 말에 재하는 쉽게 동의했다. 우리는 다시 강둑을 걸었다. 강둑의 가파른 경사면에 빽빽이 자란 갈대숲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나쁜 상상에 휘말리기도 했다. 여기에도 없을 거야. 재하의 말에 나 또한 크게 수긍했다. 누나가 갈대숲 안에 드러누워 있을 리 만무하지만 어쩌면 다른 무엇이 처참한 자세로, 빠른 속도로 썩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수시로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집에서 멀리 나아갔다.
초조함은 점점 커지는데,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길 끝엔 강 너머 동네로 향한 다리뿐이고, 누나가 다리를 건너갔을 확률은 매우 낮았다. 좀 전까지 다리 아래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재하와 나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누나가 다리 위에 섰더라면 절대로 그 모습을 놓쳤을 리가 없었다. 재하는 강둑의 비탈면을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모래밭에 서서 주위를 노려보듯 살펴보았다. 인기척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강 너머 바위맡에서, 부리가 긴 흰 새들이 젖은 다리를 말리면서 깃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백로야.
얼빠진 얼굴로 강 너머를 바라보던 재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라고?
해가 아주 빠진 강가에 서니 윙윙거리는 소리가 자꾸 귓속을 파고들었다. 재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저 새들 말이야. 백로래. 며칠 전에 누나가 말해줬어.
나는 백로, 백로, 하며 몇 번 따라 하다가 말았다. 왠지 그 또한 틀린 이름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바투 다가왔다. 부지런히 걸어도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도착할 듯했다. 적절하지 못한 순간이다 싶으면서도 나는 결국 재하에게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재하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어서 가라고 했다. 내기의 결과는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짐짓 미소까지 내보였다. 나는 어쩐지 먼저 돌아서고 싶진 않아서 재하에게 너부터 가라고 떼를 썼다. 누나는 벌써 집에 돌아왔을 거라고 억지로 재하의 등을 떠밀었다. 그 순간 귀를 찢는 비명이 들렸다. 재하와 나도 괴성을 지르며 소리 난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백로라는 바로 그 새였다. 새는 커다란 날개를 한껏 젖히며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더니 훌쩍 날아올랐다. 불현듯 허탈했다. 우리는 함께 강둑 위로 기어올랐다. 그러곤 등을 돌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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