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소설 <7화>
3. 알폰소
알폰소가 첫 소설을 썼을 때 그는 열여덟 살이었다. 1954년이었으며 파리는 아직 전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문학판은 여전히 나치 부역자와 레지스탕스들, 전(前) 세대의 거장이 뒤섞인 진흙탕이었다. 알폰소는 모리스 르블랑과 심농을 읽었고 보리스 비앙과 포크너, 장 주네와 바타유를 읽었으며 무엇보다 사드를 읽었다. 알폰소가 그 어린 나이에 어찌 그런 작가들을 섭렵하게 됐는지는 묻지 말자. 글을 읽게 되면, 무엇보다 먼저 모험소설을 읽고 추리소설을 읽고 연애소설을 읽으며 아방가르드에 빠졌다가 결국엔 포르노 소설을 읽거나 쓰게 되는 법이니까. 알폰소 역시 그렇게 했다. 알폰소의 외눈은 학창 시절 내내 주목을 받았고 놀림을 받았으며 그를 고립되게 하고 치욕을 안겨줬는데,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떤 종류의 치욕은 알폰소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그는 그 사실을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비밀로 했지만 특정한 종류의 치욕을 찾아 일생을 떠돌게 되고, 그것이 그의 삶을 규정하게 된다.
알폰소의 첫 소설 제목은 <황무지Dust>였다. <황무지>는 알제리의 사막을 떠도는 노예와 상류층 부인의 사랑 이야기로 난해하고 형편없으며 음란했다. 당연히 소설은 유수의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했고 알폰소는 원고를 돌려받기 위해 출판사 대부분을 방문해야 했다. 규모가 작은 출판사의 한 편집자는 알폰소에게 차를 대접하며 작품에 대한 충고와 알폰소의 삶에 대해, 이제 겨우 성인이 된 알폰소의 앞날에 대해 사려 깊은 충고를 해줬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지 말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 엔지니어나 군인이 되라고, 정 글을 쓰길 원한다면 시를 쓰라고, 이제는 시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어쩌면 주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충고를 했다.
알폰소는 크게 낙담했으나 포기하진 않았다. 서너 달 정도의 휴지기를 가진 뒤 두 번째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첫 작품보다 능수능란하고 현학적이며 미묘한 소설이 나왔다고 자평했다. 때는 1955년이었고 그는 두 번째 소설을 탈고한 뒤 기쁨에 취해 친구인 세실과 기로디, 니키 등과 함께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밤을 새웠으며 아침에 서점을 찾아가 자신의 소설을 출간할 만한 출판사를 찾았다. 서점 주인은 며칠 전에 입고된 기이한 작품이 있다며 알폰소에게 한 소설을 건넸는데, 그건 포르노 소설로 이름난 올랭피아 프레스(Olympia Press)의 책이었으며 제목은 《롤리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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