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소설 <3화>
그들이 터미널 건너편에 대기 중인 코발트색 승합차에 사이좋게 올라타자 대진이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대진은 30년 만에 소개받은 친구의 연인에게 악수를 청하고 다소 호들갑스럽게 옆자리로 안내했다. 친구의 새 연인이 과연 그들 그룹에 어울릴 만큼 충분히 우아하고 세련되고 지적인 여성인지 평가하는 절차가 이제 곧 시작되려고 했다.
그는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서서히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허리를 세우며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운동화와 등산복 사이로 하얀 양말이 드러난 순간 그 언짢은 기분이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친구가 그녀를 어떻게 평가할지 몰라 초조했다. 그의 눈에는 그녀의 흰 양말이 깨진 거울이나 검은 고양이처럼 불길한 징조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여쭤봤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
“이용순이라고 합니다.”
그는 기분이 확 상했다. 그녀는 그가 하라는 대로 묻는 말에 대답을 한 것뿐이었는데 순간 부끄러웠다. 우습게도 그녀의 이름이 너무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의 이름이 이용순이라는 것은 분명히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이름을 친구 앞에서 발음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녀가 ‘이용순’이라고 말하는 순간 코 밑의 검은 점이 도드라져 보였다. 짧은 파마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얼굴의 주름도 더 깊어 보였다. 그녀는 어색한 분위기 때문인지 손가락으로 연신 머리칼을 쓸어 올렸는데, 손가락이 짧고 뭉툭한 것까지 신경이 쓰였다. 그는 대진과 그녀가 더 이상 대화를 나누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제수씨는 오늘 안 나오셨냐?”
“인마. 우리 와이프가 어떻게 네 제수씨냐, 형수님이지.”
대진은 그의 질문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대진은 그녀의 나이를 궁금해했다. 그녀가 돼지띠라고 답하자 대진이 그를 흘겨보며 괜한 수선을 떨었다. “그럼 59년생? 한창이네, 아직 한창이야.”
그는 그녀가 돼지띠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59년생이라고 해도 되었고 쉰 살이라고 답할 수도 있었는데 왜 돼지띠라고 말했을까?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심기는 점점 불편해지고 있었다. 돼지띠에 용순이. 그게 뭐 어쨌다고?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불쾌한 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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