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10 17:53
수정 : 2014.06.11 11:18
|
사진 연합뉴스 최병길
|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서민복지를 후퇴시키는 법률안 통과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 여야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무언가 이상하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사진은 '오늘 국회'가 아니라 '1년 전 경남 도의회' 모습입니다.
2013년 6월11일 오후 2시5분, 경상남도 도의회 본회의장. 마이크를 든 김오영 의장(새누리당·창원8)이 "성원이 되었기에 개회를 선언한다"며 책상을 세번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민주개혁연대 소속 도의원 10명이 회의 강행을 막으려 의장석을 점거했으나 30명이 넘는 새누리당 도의원들에게 밀려났다. 김 의장은 미리 적어온 글을 급히 읽어 내린다.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상정하겠습니다." "질의와 답변은 생략하겠습니다." "원안 가결코자 합니다. 동의하시죠?"라며 숨가쁘게 묻자마자 "예!"라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합창이 뒤따른다. "이의 있습니다!"라는 반대 외침은 듣지 않는다. 곧바로 의장은 "다수 의원들이 원안에 동의"했다며 오후 2시21분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출석 의원 수나 조례안 찬성 의원 숫자도 확인하지 않은 '날치기'였다.
|
사진 한겨레 이정아
|
한약과 침·뜸으로 병을 다스리던 1910년, 지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진주자혜원이 들어섰다. 식민지 시대 진주 시내에서 가장 높았던 의료원 굴뚝은 지역의 명물이자 자존심이었다. 1925년 경상남도립진주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지만 진주·사천·거창·산청·하동 등 서부경남 서민들의 탈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공공의료원의 역할은 멈춤이 없었다. 103년 역사의 진주의료원. 취임 13개월된 홍준표 도지사가 5월29일 폐업시키고, 35명의 새누리당 도의원이 6월11일 16분 만에 해산했다.
6개월치씩 복용하던 신경통 약 처방전을 받으러 온, 일흔의 김순임 할머니는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폐업 이후 입원환자들은 퇴원명령을 받았고, 폐업 뒤에도 남아 있던 환자들은 휴업 기간의 진료비까지 모두 내라는 소송을 당했다. 왕아무개(80) 할머니는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다 다른 병원으로 옮긴 지 44시간 만에 숨지기도 했다. 의료원 문을 다시 열려면? 조례를 재개정해야 한다.
|
사진 연합뉴스 최병길
|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후보는 58.9%의 득표율로 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전체 50석인 도의원은 새누리당이 48석을 싹쓸이, 4년 전보다 13명이 더 늘었다. 조례 재개정?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