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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6 20:05 수정 : 2014.07.01 14:34

사진 한겨레 이정우

제 입으로 한 말을 널리 알렸다고 KBS를 고소하겠다는 후보 지명자. 청문요청서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선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대통령. 구렁이처럼 담장 넘으려는 도둑은 내버려두고서 ‘왜 도둑 잡아라 소리치냐’는 격인 비호언론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일년 전 오늘로 돌아가 보시죠.

2013년 6월27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문자확인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하루 전 비공개 최고중진회의에서 자신이 한 말을 누가 언론에 알렸는가 하는 내용입니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선거에 활용했다'고 말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며 자신은 대화록을 본 적도 없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까요.

대통령선거를 닷새 앞둔 12월14일, 비 내리는 부산 서면 천우장 앞 유세장.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인 김무성 의원이 '그 내용(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가지고 왔'으니 '끝까지 조용하게 경청'해 달라며 준비한 쪽지를 꺼내 죽 읽어 내렸습니다. 한 구절만 보죠. - "그 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 " 대화록 원문 그대롭니다. 설령 몇 번을 본들 이렇게 토씨하나 틀리지 않을 수 있나요, 여러분. 관심법 저리가라 할 김 의원의 발언은 '무성 계시록'으로 불렸습니다.

사진 한겨레 이정우

'김무성 의원의 대화록 유출' 발언을 언론에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김재원 의원. 6월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성 '형님' 자리로 찾아가 사과하며 머리 조아리고 있습니다. '맹세코 저는 아니'라고 항변한 김 의원, 속으로는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답한 장금이를 생각하지 않았을지.

이 사건 수사를 일년 가까이 끌어온 검찰, 6월9일 드디어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김무성 의원, 무혐의 처분! 그 이유가 어처구니없습니다. 뚜껑 열리지 않게 머리 꽉 누르고 들으십시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공공기록물이다 => 업무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공공기록물의 기밀을 누설한 자는 처벌받는다 => 김무성은 대화록과 관련한 업무처리자가 아니다 => 그러니 처벌할 수 없다'. 거꾸로 한번 읽어보십시오. 대통령 회담 대화록을 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아시겠죠. 홍시를 먹고서도 홍시가 아니라는 '정검(정치검찰)'이가 아니고서야.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세월호만이 아닙니다. 멍청해서 잊는 게 아니라 잊으니까 멍청해지는 거 아닐까요.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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