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21 15:14
수정 : 2014.07.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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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피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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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죄를 덮으려 만든 미로, 그 때문에 생긴 비극은 아이들 머리 위에 떨어진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로에 얽힌 이야기의 주요 등장인물은 미노스 왕과 다이달로스이다. 먼저 미로를 계획한 미노스. 그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힘을 빌어 크레타 왕이 되고나자 황소를 봉헌하겠다는 신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변소 가기 전과 다녀 온 뒤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왕도 예외가 아닌 모양. 아름다운 왕비 파시파에는 제물로 바쳐야 할 황소와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 이는 신이 내린 벌. 미노스는 왕비 몸에서 태어난, 황소 머리에 사람 몸뚱이의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를 가둘 '미궁(labyrinthos)'을 다이달로스에게 만들라고 명령한다. 자신이 택한 결과가 아님에도 버림받은 미노타우로스의 비극은 바로 아비의 죄 때문에 잉태되었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견할만한 그리스 최고의 만능 재주꾼, 건축과 공예의 명인 다이달로스. 그는 누이가 자기에게 맡긴 열두살 조카 페르딕스의 천재성을 시기해 절벽에서 떨어뜨린 살인죄를 짓고 크레타 섬으로 쫓겨났다. 신의 징벌에 휘말린 왕비가 황소와 관계 맺을 수 있게 소가죽을 씌운 가짜 암소를 만들어 줬던 다이달로스, 분노한 왕의 지시로 한번 발을 들이면 어느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었다. 그 뒤 아테네 왕자 테세우스가 미궁을 빠져나오도록 도와준 죄로 외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높은 탑에 갇히는 벌을 받는다. 아비만큼 영리했던 이카로스는 새처럼 날아 탈출할 방법을 생각했고, 다이달로스는 새 깃털을 초와 실로 엮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결과는 익히 알고 있듯, 호기심과 자만심의 두 날개로 태양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의 죽음. 어린 조카와 외아들의 죽음은 다이달로스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어른들의 선택 때문에 목숨을 잃어야하는 아이들은 그리스 신화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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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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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를 앞세운 이스라엘의 지상공격이 시작되면서 맞은 첫 주말인 20일(현지시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피의 일요일’로 기억될 것이다. 이 날 하루에만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일방적으로 우세한 전력을 무기삼은 이스라엘과 현실보다 명분을 앞세운 하마드 무장조직의 충돌로 점점 더 미궁을 헤매는 이-팔 전쟁. 7월8일부터 밤낮 이어지는 공습과 포격으로 이제까지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470명, 부상자는 3천2백명. 불과 2주 사이에 숨진 어린아이가 100여명, 다친 아이는 5백여명을 헤아린다. 온 몸에 상처를 입고 가자 지구 북쪽 시파마을 병원에서 치료받는 이 아이는 어른들의 잘못을 자신의 가녀린 몸으로 대속하고 있다.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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