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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4 18:42 수정 : 2014.08.04 15:07

사진 에이에프피

'스데롯 극장'을 아세요? 여긴 관람료가 없습니다. 앞사람 뒤통수가 화면을 가로막지도 않습니다. 종일 무료 상영하지만 특히 저녁 시간이면 관객이 몰립니다. 이곳에서는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단 입장 자격은 이스라엘 사람일 것. 타인의 불행을 눈요깃감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가자 지구 동북부와 바짝 붙어있는 이스라엘 남부 도시 스데롯, 가장 가까운 두 지역 간 거리는 800미터 정도랍니다. 가지지구를 내려다보기에는 이보다 나은 곳이 없습니다. 7월8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시작되자 여러 나라 기자들이 팔레스타인 피해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이 언덕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이스라엘 군의 공습과 포격 상황을 담은 많은 사진들이 전 세계로 전해졌습니다.

이제 이곳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이면 스데롯 주민들은 의자와 먹을 것을 들고 이 언덕에 모입니다. 공습과 포격으로 불타오르는 가자 지구의 밤을 즐깁니다. 의자나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말입니다. 7월17일 여기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생중계하던 CNN 중동 특파원은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서, "스데롯 언덕에 있는 이스라엘인들은 폭탄이 가자에 떨어질 때마다 환호를 보낸다. 내가 말을 잘못하면 우리 차를 파괴하겠다는 협박도 한다. 인간쓰레기"라고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이 글이 논란이 되어 다이애나 맥네이 기자는 모스크바 지국으로 쫓겨났습니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쓰레기를 쓰레기라 부르지 못하는 현실인가 봅니다.

스데롯 극장에서 이스라엘 주민들이 오늘도 즐기고 있을, 가자 지구 전역에서 밤낮 없이 계속되는 이스라엘 군의 공격을 보시죠.

사진 에이피

사진 에이피

사진 에이에프피

사진 에이에프피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23일(현지시간)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714명이 사망했고 이중 80%는 민간인이라고 밝혔습니다. 맨 처음 사진의 이스라엘 주민들이 스데롯 극장을 찾은 날인 20일은 '피의 일요일'이었습니다.149명이 하룻밤새 죽임을 당한 날입니다.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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