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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21 21:02 수정 : 2014.08.25 11:02

사진 한겨레 박미향

먹는 것만큼 신나고 즐거운 게 있을까요. 아, 많이 있다고요... 그치만 하루만 굶어 보세요, 금덩이라도 밥 한 술만 할까요. 대한민국 최고의 먹방을 자랑하는 1박2일 멤버들의 핏대 선 복불복 자세를 보면 바로 답이 나오잖아요~

광화문 광장의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오늘로 곡기를 끊은 지 40일째입니다. 식은 죽을 좋아하는지 번번이 자기 말을 뒤집고, 입술에 침 바르는 대신 눈물 흘려 보내던 대통령 때문입니다. 5월16일 청와대에서 유족을 만나 '무엇보다 진상 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라고 말입니다. 오늘 아침 김영오씨 몸 상태가 아주 나빠져 의료진과 다른 유가족들이 병원으로 강제 후송했습니다. 최소한의 치료도 거부한 채 정신력으로 버텨오던 유민 아빠는 20일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찾아간 청와대 앞에서 경찰 경호원과 몸으로 부대끼며 기력이 완전히 떨어졌습니다. 유민 아빠의 뜻을 모든 유족과 함께, 시민들과 함께 이루기 위해 몸을 잘 추슬렀으면 좋겠습니다.

자식이 왜 죽어야 했는지 제대로 밝히기 위해 부모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이번 주말 우리, 많이도 말고 한 끼만 굶어 봅시다. 여든을 앞둔 교황님도 11시간 반이나 비행기 타고 와서 메마른 손 잡아주셨는데, 밥 한 끼 거르며 유가족 아픔 몸으로 함께 하고 제대로 된 특별법 만들게 마음을 모읍시다.

한 끼 굶는 건 좋은데 굶는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냐, 굶는다고 뭐가 바뀌겠냐는 생각 들지 않나요. 그래서~ 한 끼 굶어 아낀 돈, 알뜰살뜰하게 쓸 방법 알려드립니다. 이름만큼 하는 일도 알홈다운 <아름다운 재단>이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기억0416>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 곁에 있겠다, 오래 지켜주겠다'는 세 가지 약속을 우리 함께 합시다. 밥 한 끼 값을 무통장 입금(하나은행, 계좌번호 272-910017-85204, 예금주 아름다운재단)으로 보내면, 재단에서 요긴하게 잘 쓸 겁니다. 학구열이 높아서 어떤 일 하는지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분, 재단 누리집(http://www.beautifulfund.org) 들어가서 찬찬히 공부하시길~

나는 하루 세끼 '밥심'으로 살기 때문에 절대 굶을 수 없다는 분, 많으시죠. 네, 이런 분은 굶으면 탈납니다, 그렇고말고요. 발 동동 구르며 시험 전날 책 펼치듯 억지로 해야 할 일은 아니니까요. 대신 이건 어떤가요. 하루 세 끼 밥 먹듯 우리 일주일에 한 번은 치느님과 맥신 영접하잖아요~ 일 년 52주에서 절반 넘게 지나고 남은 9+9주, 그 중에 이번 주말 한 번만 남원골 춘향이 옷고름 물고 어여삐 널뛰듯 살짝 건너뜁시다. 까짓 거 한번 안 먹는다고 탈 날 일 있겠습니까, 꼬박꼬박 챙겨먹은 밥심이 있는데!

사진 한겨레 박미향

경고!! 이번 주말에 밥 대신 치맥 건너 뛰기로 모질게 마음먹은 분들, 치느님의 마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합니다. 코끝으로 침입해 온 몸을 휘저어버리는 마성의 스멜, 땀 뻘뻘 복더위에도 덥석 쥐게 만드는 따끈함, 입 안을 채우며 귀를 타고 올라오는 그 바삭거림. 목젖을 울려대며 장마철 도랑물처럼 꿀꺽꿀꺽 넘어가는 그 시원함!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제 자식을 죽음의 땅 타르타로스에 감금하듯 이 모든 감각을 절대봉인해도! 그저 한번 스윽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에우리디케를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게 한 오르페우스 꼴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니!! '시장을 헤매시나, 진 데를 디딜세라' 걱정하며 '달하 노피곰 도다샤' 기원했던 백제 아낙네의 심정으로 주말 단골 트레킹 코스인 동네 치킨집 반경 1킬로미터 안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마시길. 이 사진 보며 침 삼키는 것도 이제 그마안~^^

붙임~ 왠지 혼자만 단식하려니 어색하고 치맥 건너뛰려니 억울하단 생각이 솔솔 피어오르는 분,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하세요. 같이 먹을 때 더 맛있듯 굶을 때도 같이 굶어야죠~ <세월호를 위한 한 끼 단식> 중에 생긴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한 일들, <사진1장 + 짧은 글>로 보내주시면 모든 시민들에게 노골적이고 공공연하게 전파하겠습니다~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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