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01 18:39
수정 : 2014.09.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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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에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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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단 표정으로 책상 아래 몸을 숨긴 일본 도쿄의 한 초등학생,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있는 건가? 아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몸을 피하는 훈련 중이다. 9월1일은 일본 방재의 날, 1923년 간토·시즈오카·야마나시 지방을 뒤흔들어 14만 여명이 숨진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날에서 유래한다.
대규모 재해에서 비롯된 사회불안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일본 정부는 한국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9월2일 계엄령 선포와 더불어 각 경찰서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하달한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일본인을 습격한다는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지면서 민간인으로 꾸려진 자경단은 죽창·일본도·곤봉·철봉 등으로 무장하고 조선인으로 확인되면 가차 없이 죽였다. '十五円五十銭'처럼 발음하기 어려운 낱말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바로 살해하였다. 경찰서로 도망친 조선인까지 쫓아 들어와 학살할 정도였다. 도쿄를 흐르는 스미다 강과 아라카와 강물이 핏빛으로 물들만큼 이때 일본군과 경찰, 자경단에 학살된 조선인이 6천여 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눈 맑은 저 일본 꼬마는 이런 사실을 알까. 아니 우리 스스로는 잊지 않고 있는가?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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