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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26 19:27 수정 : 2014.09.26 19:27

사진 한겨레 장철규

산책길 효창공원 풀숲에서 포자를 잔뜩 매달고 있는 민들레를 만났습니다. 찬찬히 살펴보자니 솜털 가운데 눈 하나 박힌 포자 하나하나가 까만 눈 반짝이며 먼 곳으로의 비행을 바라는 듯합니다. 날숨 그러모아 힘차게 훅! 불어대는 사람 손 타지 않으면, 건듯 부는 바람으로는 저 태어난 곳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그렇다고 선뜻 줄기 꺾어서 입 바람 불기도 뭣합니다. 봄여름 지나고 가을이 짙어 가는데 저 혼자 아직도 남아 있구나, 싶어서 그냥 돌아섭니다.

사진 한겨레 장철규

백범 선생 묘역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어이쿠, '아직도'보다 더한 '이제야 민들레'를 만났습니다. 봄에 본 모양 그대로, 마치 이모작 품종인 양 한창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덕분에 오월에는 그저 '노란색'으로만 여겼던 민들레 꽃잎 하나하나에도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오고 감이 공존하는 간절기, '사이의 시간'입니다.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이 지금은 오히려 낯설게 다가와, 작은 민들레 포자 하나 이파리 하나도 새로이 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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